[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한국전쟁 당시 ‘부산형무소 재소자 학살사건’으로 희생된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장진훈)는 부산형무소에 구금돼 있던 중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1950년 무렵 처형된 박모씨의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모두 34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는 박씨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고 사형이 집행된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불법행위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며 "원고들은 박씨가 부산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됐다고만 알고 있을 뿐 사망했는지, 혹은 어떤 경위로 사망했는지에 대해 2009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은 박씨의 사망 경위를 알게 된 2009년 이후 3년 이내인 2011년 12월쯤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국가 측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씨에 대한 군법회의 재판이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박씨에게 상소 등 불복절차를 보장하지 않은 채 사형집행 승인 등의 절차 없이 재판 당일 사형을 집행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는 박씨 및 그 유족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박씨의 판결문은 사후에 작성됐지만 '박씨가 노동당 책임자로서 경찰서 습격, 무기 탈취 등을 했다'는 범죄사실은 사실에 기초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 박씨에 대한 판결문이 사후에 작성됐으나, 이 사건이 1950년 낙동강 전세가 악화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발생했던 점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정했다"고 밝혔다.
'부산형무소 재소자 학살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이 악화되던 7월 하순경 부산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좌익사범들을 헌병대 등이 3차례에 걸쳐 처형한 사건이다.
지난 2009년 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50년 7월 이후 박씨를 포함한 부산과 경남 지역 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 3000여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희생됐다고 진실규명 결정을 했으며, 박씨의 자녀들은 이 결정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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