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로존, '축구열기' 통해 경제위기 실마리 찾을까
2012-06-09 06:00:00 2012-06-09 06:00:00
[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세계 제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어느 한 겨울 밤. 자욱한 폭연에 휩싸였던 서부전선에 기적이 일어났다. 
 
'노 맨스 랜드'라는 양 진영간 방어선을 경계로 낮동안 치열하게 총격전을 벌이던 영국군과 독일군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서로 노래를 부르고, 위로하며 기적과 같은 하루동안의 짦은 휴전을 이뤄냈다.
 
이들은 함께 공을 차며 잠시나마 전쟁으로 피폐해진 서로간의 감정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마음으로 축구란 또 다른 경쟁을 즐겼다.
 
축구에 죽고 사는 유럽인들다운 기적이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로 뒤숭숭한 유럽이 또 한번 들썩이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9일 오전 1시부터 한달간 벌어지는 또 다른 월드컵이란  '유로2012' 가 열리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규모 스포츠 행사는 단순히 경기를 즐기는 차원을 넘어, 수조원에 달하는 인프라 구축효과와 관광 수익이 기대되는 경제적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때문에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번 유로2012의 경제적 효과는 재정적 혼란을 겪고있는 유럽의 또 하나의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 국내외 언론들은 앞다퉈 유로 2012의 결과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우승국을 점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어느 국가가 우승했을때 가장 큰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이를 유로존 해법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고 있다.
 
대부분 언론들은 유럽내 채무국의 문제가 핵심국으로 확산되지 않고 대회우승을 통해 소비자 심리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가정하에 유로존 회원국중 독일이나 프랑스, 네덜란드의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더라도 이들 국가의 우승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기에 대회를 통해 유로존의 해결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유로 2012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재현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유럽 내에서는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국가들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데다. 해외 다른 국가에서도 위기상황에서의 축제를 마냥 달가워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막을 앞두고 국내 증권맨들 사이에선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자기들은 나몰라라 공이나 차는 꼴"이라며 비야냥 거리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찌됐건 9일 유로존 위기의 주범인 그리스와 폴란드의 킥오프로 시작된 유로2012는 당분간 불안에 쌓인 유럽 각국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은 틀림없다.
 
특히 구제금융의 핵심인 유럽재정안정화기금(EFSF)에 30%에 달하는 2110억 유로를 부담하고 있는 독일(B조)과 유럽의 연쇄적 뱅크런 가능성의 열쇠인 유로존 탈퇴 카드로 맞서고 있는 그리스(A조)의 대결 성사가 주목된다.
 
멀리 한국에서도 새벽마다 스타플레이어의 화려한 개인기외에도 그리스와 독일, 스페인과 프랑스 등 유로존 해법의 당사자들간의 빅매치를 벌일 경우의 수들에 뜬 눈으로 밤을 지세는 수많은 축구팬들이 있을 것이다.
 
한여름밤 열리는 축구대회가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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