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발리를 처음 찾은 사람이라면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신혼의 단꿈에 젖은 나를 처음 반긴 건 잽싸게 내 짐을 낚아 말 한마디 없이 공항밖까지 날라준 에어포트 포터였다. 진한 땀냄새를 풍기며 가방을 질질 끌던 두 남자는 친히 환전소앞까지 모셔다주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대가로 팁을 요구하는 그들의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다.
발리에서 팁은 1달러면 충분하다. 하지만 갓 환전해 나온 따끈한 10만 루피아를 받았으면 하는 두남자의 눈길은 협박에 가까웠다.
정 많은 한국남자는 결국 20만 루피아씩 40만 루피아를 두남자에게 선물하면서 애써 자긍심을 숨긴채 발리의 첫 풍경을 맞았다.
열걸음 걷고 만난 한국여행사 직원이 "당신도 당했군요"라는 말을 듣기 전에는 그 돈으로 삼겹살과 소주를 양껏 먹고도 남을 돈이란 걸 상상도 못했다.
외국까지 와서 큰 기부를 한 탓에 4박5일 내내 집사람은 바가지를 긁어댔다.
그렇게 발리에서 생긴일은 한국에서도 못깨우친 '공짜점심은 없다'를 가르쳐줬다.
탁월한 통찰력의 소유자가 말했듯이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 대가는 늘 인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때로는 숨겨진 대가가 매우 비쌀 수도 있다. 공짜라고 알고 있는 것은 사실 정확한 이해타산으로 만들어진 호의에 불과하다.
내가 발리 공항에서의 '선물'을 쉽게 인지할 수 있었다면 분명 두남자의 친절을 거부했을 것이다.
인간의 행위를 돈이나 가격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몰지각해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 이면에는 가격에 따라 철저히 계산된 '행복방정식'이 소름돋을 정도로 철저히 작동한다.
지금도 멕시코 국경에서는 6.50달러짜리 일자리를 얻기 위해 순찰대와 범죄, 독사 등과 사투를 벌인다.
북아메리카는 가난한 멕시코인이 갈망하는 최고의 일자리다. 불균형적인 노동의 가격은 그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게끔 부추긴다. 그들의 사촌과 동생도 때가 되면 결국 무모한 모험을 강행할 것이다.
최근에 루이비통 가방은 한-EU FTA를 앞두고 넉달만에 또 가격이 올랐다. 예상대로 판매량은 더 늘어났으며 이러한 행동은 놀라울 정도로 반복된다.
싼 값에 명품가방을 샀다면 그저 그런 존재가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힘있는 자임을 표시하는 기능을 가진 명품은 열등한 집단으로부터 차별화를 나타낼 수 있는 일종의 신호로 작용한다.
비쌀 수록 사람들이 몰리는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유력한 결혼 후보자가 되기 위해 신부측에 지참금을 요구했던 전통사회와 억대 이상의 매매결혼이 오가는 오늘날의 혼수문화는 같은 논리다.
결혼이라는 거래가 경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작은 공장'으로 간주된다.
먹을 것을 벌어오는 남성과 양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을 통해 시장거래를 추적할 수 있다. 경제성장은 여성에게 사회문을 두드리게 했고 몸매는 콜라병 체형으로 변화시켰다. 애를 낳기 위한 큰 엉덩이와 육중한 몸매는 더이상 여성의 가격을 나타내지 않는다.
우리는 생명의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자기 생명만 아니라면 우리는 기꺼이 가격을 책정한다.
최초 생명이 기어나올때부터 끊임없는 가격 책정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스스로를 혐오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1992년 1000명의 남자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70여명의 여자아이가 실종된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가장 먼저 몰디브가 사라질 것이고, 다음은 우리다.
지금의 경제학자들은 태어나지도 않은 후손의 재앙에 대비하는게 효율적일지, 현존하는 세대의 경제성장을 부풀리는게 우선일지를 두고 여전히 계산기를 두드려댄다.
하지만 우리의 이성은 가격의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우리가 원하는 것으로 부터 자신을 지키기에는 무기력하다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저자는 말한다. "이 모든 것이 수요와 공급의 문제일 지도 모른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가치를 알고 있을까?
협찬: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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