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말 제2대 중소기업 옴부즈만(기업호민관)으로 취임한 김문겸 숭실대 교수는 최근 <뉴스토마토>와 한 인터뷰에서 "삼성이나 현대, LG 등 대기업들이 동반성장 없이 잇속만 챙긴다고 비판하지만, 우리 경제를 이끈 주체는 그들이었다"며 "힘과 자원, 능력을 가진 대기업이 먼저 나서서 중소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내세우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에 대해서는 "손가락으로 달을 보라고 가리켰는데 달은 안보고 손만 보는 것 같다"며 "초과이익공유제의 기본 뜻은 기업이 만든 이익을 중소기업 성장과 발전을 위해 R&D 분야에 대기업이 같이 투자하자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초과이익의 뜻을 살려 어떻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할 수 있는 룰을 만드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정 위원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김 호민관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실효성 논란에 대해서는 "동반위는 민간조직 기구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속력 없다"며 "좋은 의도가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발전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기구인 기업호민관은 대중소기업 사이에 발생한 제도 개선이나 애로 해결에 개입이 가능하다"며 "(아직 공식적인 논의는 하지 않았지만) 동반위와 서로 협조관계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앞으로 대중소기업이 고루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제2대 김문겸 기업호민관의 3년 임기 운영 청사진을 들어봤다.
◇ "대중소기업이 고루 성장하는 방안 고민하겠다"
- 지난 3월17일 취임 후 3개월 차에 접어들었는데, 업무 파악은 어느 정도 하셨을 것 같다. 소감은?
▲ 굉장히 재밌고 보람있다. 그 동안 벤처중기학과 교수로 강단에만 서고, 책상 앞에서 알던 일을 직접 와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장감 있게 들을 수 있게 됐다.
보통 아는 것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데, 이 직책이 실제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이나 규제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다른 부서들을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여서 보람있다고 생각한다.
- 1대 기업호민관이었던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가 진취적으로 일을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 뒤를 이은 부담감도 있을텐데, '김문겸 호'는 어떤 컨셉으로 운영될 예정인가?
▲ 전임 기업호민관은 본인이 기업인을 겪어보기도 했기 때문에 현장의 애로 해소에 심혈을 기울인 것 같다. 그러면서 호민관실이 중소기업들한테 많이 알려졌다. 그 공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고 보니까 동반성장 이슈가 굉장히 커졌는데, 정운찬 위원장을 중심으로 동반성장위원회도 만들어졌다. 그런 쪽에서 생각한다면 대중소기업이 고루 성장하는 문제에 있어 어떻게 그렇게 할 것인가가 2대 호민관의 역할 같다. 기업들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면 정부와 관련해서는 규제 개선 법 제도 정비가 될 것이고, 같은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어떤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적용할 지의 문제가 될 것이다.
◇ "'초과이익공유제' 뜻 살려야"
-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드리는데, 최근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재차 강조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기업호민관의 입장은 무엇인가?
▲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세간의 말이 많은데, 말 많을 필요가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손가락으로 달을 보라고 가리켰는데 달은 안보고 손만 보는 것 같다. 초과이익공유제의 기본 뜻은 기업이 만든 이익을 중소기업 성장과 발전을 위해 R&D 분야에 대기업도 같이 투자하자 이런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초과이익을 어떻게 결정하고,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하는 기술적인 문제에 치우치는 것 같다. 제 바람은 그런 지술적인 문제에 치우치기보다, 초과이익의 뜻을 살려 어떻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하는 룰을 만들 것인가, 뜻을 살리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동반위 '구속력' 없어 안타까워...협조 의지 있다"
- 그렇다면 논의를 더 진행해봐야 할 것 같은데,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해말 출범했지만 실질적인 구속력 내지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동반성장위원회는 민간조직 기구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속력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태스크포스팀(TFT)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거기 계신 분이나 정부가 의지를 갖고 민다고 하더라도 동반위가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좋은 의도가 구체적인 방법론으로까지 발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안타깝다. 그러나 기업 호민관은 정부기구다. 제도 개선, 애로해결에 개입 가능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합의는 못하더라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때까지 규제나 게임의 룰에 관해 옴부즈만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아직 공식적인 논의는 하지 않았지만) 동반위와 서로 협조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전·트렌드 제시 후 이끌어야"
- 최근 현대차의 협력업체와의 문제나, 대기업들의 MRO를 통한 중소기업 시장 독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 이것은 한쪽은 착취하는 쪽이고, 한쪽은 당하는 쪽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기업 쪽은 중소기업 통해 원가절감을 한다든지 중소기업은 대기업 따라 발전했다든지 하는 발상보다는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을 어떻게 끌고 가서 좀 더 놓은 기술개발 한다든지 조금 더 높은 미래 비전을 준다든지 하는, 중소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미래 기술 선도, 트렌드 이끄는 것은 대기업이 중기보다 월등히 잘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뽑아내기 보다는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정보 등을 제시한다면 중소기업들이 생산과정에서 협력도 할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대해 고마워 할 것이다. 그럴 때 중기들도 글로벌 시장에 나가서 경쟁력 생길 것이다. 그러나 당장 생산적인 이익을 뽑아내려고 하면 중기들은 피해의식을 가질 것이다.
또 다른 문제 하나는 사실 대기업 밑에 1, 2차 밴더들 사이의 먹이사슬이 있다는 점이다. 중기들끼리의 협조와 상생도 큰 이슈라고 본다. 중소기업 간의 과도한 경쟁이나 불필요한 경쟁 작은 시장에서의 선점을 위해 벌이는 불공정 경쟁 등 때문에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당당하지 못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동반성장 상생 이슈는 단지 대기업과 중기 간의 대결구도를 해소하자는 것 뿐만 아니라 글로벌 마켓으로 나가는 비전까지 보이는 전체 큰 틀에서 대중소기업이 협조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누가 먼저 해야 하느냐의 문제를 본다면, 당연히 대기업이 먼저 나서야 한다. 그들은 힘, 자원,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 결국 동반성장에 있어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 동반성장 이야기를 할 때 삼성이나 현대, LG 등이 동반성장 노력을 안하고 잇속만 챙긴다고 비판을 많이 한다. 그러나 현실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 경제를 이끈 것은 그들이다. 그리고 상당 긴간 그 그룹들이 경제 성장에 앞장서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역할로 이끌 것이냐, 단순히 중소기업과의 하도급 관계만으로, 원가 절감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비전을 주고 기술의 트렌드를 가르쳐주고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같이 끌어간다면 훨씬 풍요로운 생태계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이 먼저 나서라는 이야기다. 작은 단위에서 보자면,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기술 착취에서 문제가 있지만, 대기업이 자세 바꾸지 않는 한 그런 문제는 계속 나올 것이다. 먼저 나서서 기술의 새로운 비전과 지평을 중소기업에게 알려주고 그 사이에서 경쟁을 시키면 다람쥐 세계는 다람쥐끼리 경쟁한다.
◇ "정부와 사회, '창업' 집중보다 '성장' 지원해야"
- 결국 기업 생태계로 귀결되는 것 같다. 요즘 벤처 생태계를 '붐업'하자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창업과 기업의 성장과 중견단계로의 진입 등 여러 단계가 있다면 벤처 혹은 중소기업의 어떤 단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나?
▲ 저는 기본적으로 창업보다는 기업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속적인 역량(Sustainable Capability)을 키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창업을 지원하면 정보, 장소, 시드 머니를 지원할 수 있을텐데, 그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죽어버린다면 사회적 비용 낭비다.
신중하게 선별해서 창업시키고, 창업한 후에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의미있는 고용 창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청년 실업이 문제가 되다보니 정부나 사회에서 고용을 위해 창업 활성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창업에만 자본이 치중하다보니 기업의 성장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어차피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담 진행 = 문경미 중기벤처팀장 / 정리 = 송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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