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은혜기자]지난해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 통화정책 기조는 예상과 반대로 가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금리 인상의 타이밍과 필요성이 제기됐는데도 한은의 결정은 기대와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소비자물가가 4.1%까지 치솟았지만 한은은 ‘환율변동성’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한 적도 있다. 당시 채권시장은 예상을 빗나간 충격으로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일보다 0.20%포인트 내린 3.08%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상을 단행한 데 대해 시장에서는 ‘깜짝인상’‘기습인상’이란 표현이 사용됐다. 시장 물가가 뛰고 인플레 심리도 높아졌기 때문에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금리인상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의외의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새해 첫달 금리동결을 예상한 ‘90%의 전문가’들이 머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박태환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상은 합리적 기대와 대응 요구에 따른 기습 아닌 기습"이라고 말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연구원은 "한 나라의 통화정책이라는 것이 통상적으로 예상 가능한 것이어야 하는데 예상을 맞췄다 빗나갔다는 표현이 많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한은의 금리결정 발표 직후 가진 설명회에서 기자들이 김중수 한은 총재에게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불과 한 달 전 금통위가 밝힌 통화정책방향 문구에 나타난 시그널(신호)과 이날 금리인상 배경에 나타난 시그널에는 급격한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과의 호흡이 자꾸 어긋나면서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금통위원 한 명을 아홉달째 빈자리로 남겨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열린 금통위에서는 최초에 4대 1로 의견이 갈렸으나, 인상에 반대한 위원 1명이 입장을 바꿔 만장일치의 금리인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격적인 금리인상을 결정한 이달 금통위는 긴 격론을 벌인 끝에 평소보다 늦은 오전 11시께 끝났다. 이날 김중수 총재는 “이번 금리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캐스팅보트를 가진 김 총재를 뺀 나머지 5명의 의견이 나눠졌으며, 만약 공석으로 남아있는 한 명의 금통위원이 금리동결을 주장했다면 결론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통위원을 7명으로 두는 것은 민감한 금리변경 결정에서 공정을 기하자는 취지다. 여기다 금통위가 열리는 날 마침 정부가 전 부처의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한 것도 ‘오비이락’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부터 ‘금통위가 정부에 좌지우지되면서 시장의 기대를 깨고 있다’는 우려는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은은 지난 주에도 임시 금통위를 하면서 통방(통화정책방향) 문구에 대한 시그널링(신호전달)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회전을 한다면 우회전을 하는 것" 이라고 했던 김중수 총재의 말처럼 이달 한은은 ‘우회전’(금리인상)을 했다. 지난해 우회전 신호를 주고도 한참을 직진 하던 한은이 이번에는 예상을 깨고 바로 우회전 핸들을 꺾어 버렸다. 경기불황이나 인플레이션보다 ‘불확실성’을 더 싫어한다는 금융시장은 한은의 이런 '예측불가식' 운전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뉴스토마토 이은혜 기자 eh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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