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청소년 정신건강이 위험 수준에 놓여 있습니다. 학업 스트레스는 수면 부족과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로 만들어 스마트폰의 과다 사용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우울증과 불안을 심화시켜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종국에는 자해 및 자살 생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착화가 미래세대를 갈아먹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는 질환 자체에 사로잡히지 말고, 치유 가능성에 우선하는 관점을 가질 것으로 조언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십대 정신건강 리포트’를 통해 자해·자살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미래세대의 정신건강 실태와 원인,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다년간 청소년 정신건강 연구를 해온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최근 증가하는 청소년 자해·자살 및 정신건강 실태에 대해 진단과 해법을 들었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관련 연구와 학교 사업을 펴온 홍 교수는 청소년 정신건강 및 자해·자살 문제의 책임을 지나치게 교사와 학교에 묻는 것은 해법 마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청소년 자해·자살, 정신건강이 교육부 현안임을 감안해도 학교가 이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부모와 아이 본인에게서 찾아야 오히려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십대 정신건강 문제가 부모와의 소통, 적극적 치료로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사진=김양균 기자, AI 생성 이미지)
현재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어떤 상태일까. 질병관리청과 교육부가 실시한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중·고등학생 5만4170명 중 우울감 경험률은 남학생 21.7%, 여학생 29.9% 등이었습니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여학생이 50.3%, 남학생이 32.9%로 나타나, 여학생 2명 중 1명은 심각한 스트레스 경험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우울감은 여학생 29.9%, 남학생 21.7% 등이었습니다. 이는 국제 기준인 15~18%보다 현저히 높아 자살 위험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응답 여학생의 77%, 남학생의 72%가 수면 부족 상태였습니다. 정리하면,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증가로, 이는 더 큰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시군구별 주요 정신질환 진료 통계에 따르면, 6~17세 정신질환 진료 환자는 2019년 약 15만명에서 2024년 23만명으로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2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16.1%로 나타났습니다.
부모·청소년, 소통이 질환 극복에 도움
홍현주 교수는 20여년간 청소년 정신질환 당사자를 진료하면서 대체로 부모 세대와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청소년기는 부모와 심리적으로 분리돼 본인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입니다. 이때 정신질환이 발병하면 부모와 자녀 간 소통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홍 교수는 “부모가 자녀 정체성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부모가 자녀의 정신건강 문제를 쉽사리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정신과 진료 부담도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나중에 자녀가 직업을 선택할 때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해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는 소문이 날까 쉬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문제가 생깁니다. 성적이 떨어지고 학교를 제대로 다니기도 어려워집니다.”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연구해온 홍현주 교수는 청소년기 정신건강 문제가 성인과 달리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한림대의료원)
홍현주 교수는 청소년기 정신건강은 성인과 달리 완쾌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정신질환이 발병해도 지나치게 좌절할 필요는 없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정상이 무엇이냐는 평가는 매우 어렵습니다.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부모들은 자녀를 정신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말합니다. 정신질환이 있다고 건강하지 않으냐, 그것은 아니에요. 누구나 정신질환은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죠.”
불안하다고 해서 이 문제를 인터넷과 인공지능(AI)를 통해 수소문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칫 질환 자체에 편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 교수는 청소년기 발병한 정신질환에 대해 부모와 십대 모두가 병이 환자를 정의하도록 내버려두지 말 것을 충고합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질환을 조절해 본인의 삶을 조정할지 초점을 맞춰야지 사람을 병에 끼워서 맞출 필요는 없다”며 “청소년기 질환은 치료를 잘 받으면 충분히 완치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제 인생을 시작하는 청소년에게 부정적으로 정해진 것처럼, 정신질환이란 한계를 짓고 인생을 살도록 해서는 안 되며, 부모와 자녀 모두 잘되리란 가능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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