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 뒤의 환경평가)①(단독)5년간 전략환경평가 10건 중 8건 '비공개'
2021년 1월~2026년 2월, 전략환경영향평가 51건 중 공개는 '7건'
기후부 "정부가 임의 공개 못해…사업자에게 평가서 공개 유도"
전문가 "어떤 의사결정으로 '비공개 처리' 되는지 깜깜이 상황"
2026-06-24 16:54:07 2026-06-24 17:16:05
[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의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평가서 비공개와 공람 자료의 난해성, 뒤늦은 의견수렴절차를 둘러싼 갈등이 매번 반복되고 있습니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관련 소송 등은 법원 공방으로까지 번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6월 환경의 달을 맞아 환경영향평가 비공개 실태, 주민 공람 제도의 현실, 평가 초기 단계 참여 부재 등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개발사업의 환경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정작 현장에선 철저히 장막 뒤에 가려진 채 깜깜이로 진행돼 온 걸로 드러났습니다. 법은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2021년 이후 진행된 국책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10건 중 8건 이상이 '영업비밀'이나 '군사기밀'을 이유로 비공개 처리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24일 <뉴스토마토>가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비공개 요청서 접수사업'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관한 비공개 요청서가 접수된 사업은 모두 51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공개로 전환된 사업은 7건(13.7%)에 그쳤습니다. 그러니까 10건 중 8건은 평가서를 볼 수 없는 상태라는 겁니다.
 
비공개 요청은 주민 의견 수렴이 시작되는 초안 단계에 집중됐습니다. 사업 단계별로 보면, 초안 단계가 29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본안 단계는 18건, 보완 단계는 4건이었습니다.
 
2019년 6월26일 남양주 왕숙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에서 강영식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도시 환경평가 태스크포스팀(TFT) 부장 등 관계자들이 주민대책위원회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개별 사업 이전 단계에서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보다 앞선 개발계획 단계에서 이뤄지는 절차입니다. 개발사업 계획이 환경보전 방향에 부합하는지, 입지와 계획 자체가 타당한지를 검토하는 핵심 과정입니다.
 
박소영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는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입지의 타당성과 계획의 적정성을 보는 핵심 절차"라며 "사업자가 가진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주민 입장에서는 사업이 타당하게 진행되는지 감시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라고 말했습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에선 평가서 공개를 원칙으로 합니다. 환경영향평가법 제66조(환경영향평가서등의 공개)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평가서를 인터넷 시스템에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군사상 기밀 보호'나 '영업비밀 보장' 등 예외적인 경우엔 비공개 할 수 있습니다. 비공개 해석의 권한은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제77조(위임 및 위탁)에 의해 유역환경청·지방환경청 등의 장에게 위임되어 있습니다.
 
문제 비공개 사유를 넓게 해석해 주면서, 원칙보다 예외가 더 흔하게 작동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점입니다. 기후부 관계자는 "정부로선 가능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공개하도록 사업자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사업자가 원치 않는 자료를 임의로 공개했다가 소송을 당할 수 있다"며 "비공개하면 주민이나 청구인 측이 반발해 부처가 중간에 끼어 있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현장에선 공개 원칙보다 비공개 예외가 더 넓게 작동한다는 지적입니다. 박 변호사는 "사업자가 작성한 수천 쪽짜리 문서에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할 수 있다"며 "사업자가 비공개 사유 신청서를 내면 구체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거치고, 어떤 사유로 인해 비공개로 처리되는지 깜깜이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영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팀장도 "사업자 측에서 어떤 항목과 내용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비공개를 요청하면 대부분 환경청에서 비공개 처리하는 것 같다"며 "설사 공개하더라도 몇 장, 몇 쪽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하면 그 부분은 못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2022년 2월18일 환경단체 회원들이 강원 양양군 군청 앞에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주장하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별 사업에서도 비공개 논란은 반복됐습니다. 2023년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와 원주지방환경청 협의 의견이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올라왔다가, 양양군청 요청 이후 하루 만에 '비공개 사업'으로 전환된 사례도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관련 자료 비공개 문제는 법원의 판단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녹색연합과 녹색법률센터는 2014년 한국환경연구원의 강릉 복합단지 조성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의견과 임진강 하천정비공사 환경영향평가 초안 검토 의견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3월20일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국회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11월26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영향평가법, 이렇게 바꾸자' 토론회에선 환경영향평가의 독립성·객관성 강화, 국민 알권리 강화, 민주적 의사결정 기능 강화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신지형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은 "정보공개 시기와 범위를 확대하고, 비공개 정보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녹색연합도 2024년 12월 발간한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 연구' 보고서에서 "영업비밀이 포함된 경우라도 비공개 사유를 최소화하고, 평가준비서와 본안에도 의견수렴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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