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포용금융과 금융기본권, 차이점과 시너지
2026-06-25 06:00:00 2026-06-25 06:00:00
최근 정부가 포용금융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금융회사들도 다양한 확대 방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존 서민금융 정책에 개별 대책을 하나 더 보태는 차원을 넘어선 시도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 배제를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신용평가 체계부터 대출 구조, 자금 공급, 채무조정, 그리고 금융회사 인센티브 설계에 이르기까지 금융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적 재설계를 다짐하고 있다. 과거 단발성의 의례적 대책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행 포용금융 정책이 공급자 중심이라는 한계를 지닌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포용금융은 주로 정부나 금융기관이 소외계층에게 시혜적으로 기회를 넓혀주는 정책적 배려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성격을 띠기 쉽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기 침체가 도래하거나 금융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포용금융 관련 프로그램이 앞서 축소되는 취약성을 노출하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요자의 보편적 권익으로서 ‘금융기본권’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금융은 전기나 수도와 다름없는 필수 생존 인프라다. 계좌와 결제망이 없다는 것은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 배제되는 경제적 시민권의 박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포용금융이 공급자 관점에서 “어떻게 공급을 늘릴 것인가”를 묻는다면, 금융기본권은 수요자 관점에서 “국민이 최소한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금융을 사회적 인프라로 바라본다.
 
이처럼 포용금융과 금융기본권 간에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볼 수 있다. 우선 수요자의 금융기본권을 확립하면 공급자 중심의 포용금융 목표가 더욱 견고하게 달성되는 측면이 있다. 만인을 수용하는 금융 인프라 구축이 국가와 시장의 법적 책무가 되면, 금융 공급자들은 이를 자선사업이 아니라 시장 영업을 위해 무조건 충족해야 하는 기본 준수 요건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공급자들은 서비스 단가를 낮추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스스로 전면 재설계하게 되며, 이는 포용금융의 지속 가능한 달성으로 연결된다.
 
나아가 금융기본권은 수요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과도 발휘한다. 금융기본권이 확립되면 수요자는 금융 시스템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능동적 경제 주체로 각성한다. 금융 접근성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는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생기면, 사람들은 단기적 소비나 사금융에서 벗어나 장기적 저축, 자산 형성, 공적 신용 관리 등 제도권 금융 중심의 경제 행위를 스스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금융기본권을 통해 금융소외 계층의 무기력증을 치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반복적인 거절과 배제를 경험하면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고 도전을 포기하는 경향을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내 신용으로는 안 돼' 또는 '금융은 원래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게 아니야'와 같은 소극적 인식이 형성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기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는 신뢰가 생기면, 금융 소외계층 역시 무력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능동적 경제 주체로 각성할 수 있는 심리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물론 금융기본권이라는 선언만으로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누구나 적정 금리로 대출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더라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부도 위험, 자본 규제, 수익성 문제가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안신용평가, 정책보증, 위험 분담, 데이터 개방 같은 공급 측면의 정책이 여전히 유기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담보라는 ‘안전한 참호’에 안주하는 관행을 깨뜨릴 수 있도록 시장의 유인 구조를 정교하게 재설계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결국 포용금융과 금융기본권 보장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보완적 관계에 있다. 포용금융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적지라면, 금융기본권은 그 방향을 정확히 가리키는 나침반이자 가장 단단한 제도적 인프라가 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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