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정부가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행태를 손보겠다고 나선 가운데 은행들도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 마련에 나섰습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중·저신용자 금융 지원 확대를 위해 신용평가 체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기존 금융 이력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통신요금 납부 내역, 소비 패턴, 플랫폼 거래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반영하겠다는 취지인데요. 금융 이력이 부족하거나 과거 연체 이력 때문에 은행권 이용이 어려웠던 차주들을 새롭게 포섭하겠다는 전략입니다.
KB국민은행은 청년층과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을 대상으로 통신·소비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확대 적용하는 동시에 기존 신용점수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웠던 고객층까지 포괄해 중금리대출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신한은행은 저축은행 고금리 신용대출 이용자를 대상으로 은행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통신·유통 데이터를 접목한 신용평가 체계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금리가 오르지 않도록 제한하는 금리 상한 정책을 도입했습다. 금융위원회도 오는 8월부터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SCB) 시범 운영에 돌입하며 비재무 정보 기반 평가 체계 확산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자칫 금융회사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경기 둔화와 자영업 부실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 없이 금융 공급을 확대할 경우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우량한 중신용 차주를 직접 흡수할 경우 기존 민간 중금리대출 시장이 잠식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중신용자 중에서도 우량 차주를 선점하면 저축은행에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차주만 남게 될 수 있다"며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건전성과 수익성 부담이 동시에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는 금융기관 공공성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작업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최근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의 금융 사각지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국무회의에서 "상위 등급에게만 대출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제2금융권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중간 계단이 통째로 빠진 끊어진 사다리"라며 현행 금융 구조를 비판했습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 비용을 활용해 중신용자를 흡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분위기입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중신용자(신용점수 하위 20~50%)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전년 대비 9조3000억원 감소했습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건전성 규제를 이유로 위험도가 높은 차주 취급을 줄이면서 중신용자 상당수가 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리 단층' 현상입니다.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2금융권 대출에 의존하게 되는데 같은 신용 구간 안에서도 이용 금융회사에 따라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중신용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4~10.7% 수준으로 은행권 고신용자 대출 금리의 최대 2배 수준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시내 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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