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에 대해 대규모 증자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 적정성 관리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지적받아 온 가운데 중앙회가 자금을 투입해 금융지주와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자본 여력을 끌어올리는 목적입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기업대출 중심의 여신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금융지주 자본확충 지원 목적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증자는 중앙회가 조합원 출자금 등을 기반으로 재원을 마련한 뒤 농협금융에 자본을 투입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이후 농협금융은 농협은행 등 주요 계열사에 다시 자금을 배분하는 형태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농협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농협금융 차원에서 자본 확충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며 "중앙회 이사회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유상증자를 할 것인지 정해지고, 이후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자회사에 어느 규모로 증자를 할지 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농협금융은 그동안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 적정성과 관련한 관리 필요성을 꾸준히 지적받아 왔습니다. 특히 핵심 금융계열사인 농협은행은 매년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부담이 커지면서 자본비율 관리 압박이 지속돼 왔습니다.
농지비는 농협 브랜드 사용 대가이자 농업인 지원 재원 성격의 분담금으로, 농협법에 따라 금융계열사가 일정 비율을 중앙회에 납부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농지비 부담이 최근 더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지급한 농지비는 6503억원으로 전년보다 6.4% 증가했습니다. 직전 5년치 농지비 부담을 보면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2021년 4460억원이던 농지비는 2022년 4505억원, 2023년 4972억원, 2024년 6111억원으로 불과 5년 새 2000억원 이상 늘어났습니다.
올해부터 농협법 개정으로 농지비 상한 비율이 기존 2.5%에서 3%로 상향되면서 농협금융의 부담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연간 8000억원 안팎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권에서 나옵니다.
농협금융은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비용과 농지비를 뺀 수치를 순이익으로 산정하는데요. 농지비가 커질수록 순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농협금융의 자본 관리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농협금융의 이 같은 구조에 우려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농협금융 정기검사 결과 "농지비가 금융계열사의 재무 건전성과 자본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자본 여력 악화 가능성을 지적하며 보다 안정적인 자본 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농협금융의 자본비율 상황도 여유롭지만은 않습니다. 농협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2.03%로 직전 분기(12.25%)보다 낮아졌습니다. 다른 금융지수사들은 통상 CET1 비율을 13%대를 유지하면서 주주환원과 자산 성장의 마지노선처럼 관리하고 있습니다. CET1 비율은 금융회사가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데요. 농협금융의 CET1 비율 하락은 위험가중자산(RWA)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농협금융지주의 자본력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에 대해 증자를 추진한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생산적금융 확대 포석"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면서 은행권의 자본 부담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농협금융은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꾸리고 모험자본 투자와 포용금융 등을 위해 2030년까지 108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자산 규모가 더 큰 하나금융(100조원), 우리금융(80조원)의 목표치를 웃도는 규모입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10조원 투입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관건은 자본 건전성입니다. 첨단산업·벤처·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 정책성 금융 공급이 늘어날 경우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는데요. CET1 비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 확충 없이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농협은행 등 농협 금융 계열사 입장에서는 농업인 지원이라는 정책적 역할을 비롯해 중저신용자 금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농협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고 가계대출 영업이 막힌 상황에서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안정적 자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자본 확충은 단순한 자본 지원 차원이 아니라 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선순환 구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동안 금융계열사들은 막대한 농지비를 부담하면서도 자본 확충이 필요할 때는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구조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농지비 부담이 커지는 등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중앙회가 출자금을 바탕으로 금융계열사에 대한 자본 지원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협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자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시내 NH농협은행.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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