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위는 설명자료를 통해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투자자의 세제 혜택 적격 여부 사후 검증은 통상적 절차"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위는 "2025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여부는 판매 시점에는 확정되지 않아 사후적으로 세제 혜택 적격 여부를 검증할 예정"이라며 "사후적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확인될 경우 일반계좌로 전환해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 해명과 별개로 제도 설계 자체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진=챗GPT)
"강남 50억 건물주도 가능"…가족별 가입 허용 논란
시장에서는 재산 기준 부재와 가족 단위 가입 가능 구조 자체에 대한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국민성장펀드는 부동산 등 자산 규모를 별도로 반영하지 않고 금융소득종합과세 여부를 중심으로 가입 자격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라면 고가 부동산 보유자도 가입 가능한 구조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강남 50억원대 건물을 보유한 자산가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라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나혜영 금융위 국민참여지원과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서민형 ISA 기준을 차용했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으면 가입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가족별 가입 제한도 없다는 점입니다. 나 과장은 가족 단위 가입 제한 여부와 관련해 "개인별로 가입하는 구조"라며 "과도한 가입을 방지하기 위해 5년간 2억원 한도이고 전용 계좌라도 연간 1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배우자와 성인 자녀 등이 각각 가입할 경우 가족 단위 가입 규모는 커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현금 동원력이 큰 자산가일수록 선착순 물량 확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금 여력이 부족한 서민층 투자자는 가입 자금을 마련하는 사이 우선 배정 물량 경쟁에서 밀릴 수 있지만,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 가족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선 배정 대상에 포함돼 대학생 자녀와 배우자, 직장인 가장이 각각 가입할 수 있습니다.
40대 직장인 A씨는 "서민 우선 배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일수록 선착순 경쟁에서 유리한 것 아니냐"며 "5년간 자금을 묶어둘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조세소위 검토 자료에서도 "소득이 없는 배우자 및 부모, 19세 이상 미취업 자녀 등의 명의로 자산을 분산 예치하는 등 과세특례를 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1인당 2억원의 납입 한도를 우회할 가능성이 있으며 소득 형평성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가입 기준은 2024년 귀속…작년 소득 급증해도 대상자
가입 자격 판단 과정에서 2024년 귀속 소득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국민성장펀드는 ISA 가입용 소득확인증명서를 기반으로 가입 자격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ISA 가입용 소득확인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귀속 연도는 모두 2024년으로 표기돼 있었습니다.
소득확인증명서(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용) 근로소득자용과 종합소득세 신고자용. (사진=뉴스토마토)
2024년에는 소득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투자자가 최근 증시 급등으로 투자 수익이 크게 늘었더라도 가입 심사 과정에서는 2024년 귀속 기준이 적용되면서 우선 배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셈입니다. 반대로 지난해 소득이 높았지만 올해 소득이 줄어든 투자자는 우선 배정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30대 직장인 B씨는 "주변에도 최근
삼성전자(005930)나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주 투자로 수익을 크게 낸 사람들이 많은데, 가입 기준이 최근 상황이 아니라 2024년 기준에 멈춰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현재 자산 상황과 동떨어진 과거 기준으로 우선 배정 대상을 가르는 건 불공평하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가계의 주식 자본이득 규모가 429조원으로 2011~2024년 평균의 22배 수준까지 급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후적으로 일반계좌로 전환되더라도 이미 선착순 물량을 선점한 상태라는 점에서, 정작 실수요 서민층의 가입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고유가 지원금은 재산·가족 심사…국민성장펀드는 ISA 기준만
정부가 최근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과정에서는 건강보험료와 재산 기준 등을 활용한 선별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국민성장펀드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지급 과정에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선별하면서도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12억원을 초과하거나 2024년 귀속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원을 넘는 고액자산가 가구는 별도로 제외했습니다. 또 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인 배우자와 자녀를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어 가족 단위로 심사했습니다. 반면 국민성장펀드는 이 같은 가족 단위·재산 기준 선별 절차 없이 ISA 기준만 적용하고 있습니다.
오승철 금융투자협회 산업협력부장은 "ISA 등 기존 세제 상품들도 상반기에는 직전년도 소득 확인이 어려워 전전년도 기준을 활용하고 있다"며 "2025년 소득은 현재 확인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2024년 귀속 기준을 적용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건강보험료 기반 선별 방식과 관련해서는 "건강보험료 납부액으로 일정 수준 추정은 가능하겠지만 정확한 소득 금액을 확인하는 방식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건강보험료 체계가 단순 추정 방식이라는 설명과 다르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는 소득뿐 아니라 부동산과 차량 등 재산 요소까지 반영해 산정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이를 각종 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입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논의와 국민성장펀드 세제 지원 논의가 거의 동시에 이뤄졌는데도 금융위가 행안부의 선별 시스템 연동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결과적으로 현실 자산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제도가 설계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판매 열흘 앞두고도 시스템 구축 진행…현장 혼선 우려
업계에서는 판매를 앞두고도 운용사와 판매사들의 전산·심사 시스템 구축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 역시 시장 혼선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성장펀드는 일반 공모펀드와 달리 ISA 가입용 소득확인증명서 등 별도 서류 확인 절차가 필요한 만큼 현장 업무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22일부터 판매를 시작해야 하는데 현재도 시스템 구축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가입 대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일일이 검토해야 하는 구조라 판매사 현장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4월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제2차 전략위원회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