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신탁사들의 부실이 빠르게 쌓이고 있습니다.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등 대형 신탁사는 물론,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까지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요주의이하자산까지 급증하며 부실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28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689억원으로 전년 6607억원 순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6394억원, 2022년 645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에서 발생한 대손비용이 업계 전체를 짓누른 결과입니다.
부서진 수익기반, 늘어나는 부채
최근 데이터를 보면 신탁사들의 수익 기반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신탁사 본업 수익인 토지신탁보수는 2023년 8638억원에서 2024년 6468억원, 2025년 4724억원으로 2년 만에 45% 쪼그라들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조정대손비용은 2023년 5408억원에서 2024년 1조1685억원, 2025년 1조1802억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났습니다. 수익은 절반으로 줄고 손실 비용은 두 배로 늘어난 셈입니다.
실제 부채 규모도 1년 새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2024년 말 대비 지난해 하나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은 부채 총계가 각각 61.7%, 60.3% 급증하며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업계 1위인 한토신도 부채 규모가 8382억원까지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88.9%를 기록헀습니다.
케이비부동산신탁은 부채 총계 증가율(16.3%)보다 운영 부채 성격인 기타부채의 증가율이 129%를 기록해 적신호가 떴습니다. 반면 하나자산신탁과 신한자산신탁은 부채 총량은 늘었으나 기타부채 규모를 30% 이상 줄이며 차입 구조 재편이 이뤄졌습니다.
대한토지신탁과 신한자산신탁 역시 20% 이상의 높은 부채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양사의 부채비율은 140.4%, 145.5%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대한토지신탁처럼 기타부채는 줄었지만, 부채 총계가 1200억원 이상 늘어난 곳은 금융권 차입 영향으로 향후 이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위 한토신도 유동성 '적신호'…금융지주 계열사는 더 '고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업계 1위인 한토신의 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지난해 한토신 현금흐름은 -116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753억원)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겁니다. 특히 영업활동 현금흐름(-1246억원)이 적자 전환된 영향이 큽니다. 회수가 어려운 채권들도 문제가 됩니다. 한토신의 지난해 고정이하자산은 6401억원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요주의이하자산은 801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자산신탁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난해 현금흐름이 682억원을 기록해 마이너스를 면했지만, 재무 활동과 투자 부문에서 각각 -489억원과 -891억원을 보였습니다. 요주의자산은 6609억원으로 4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다만 신탁업계는 이를 회수 가능한 채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형신탁사 관계자는 "당초 계획 대비 공정률이 단 1%라도 미달하거나 분양이 하루라도 늦으면 고정이하자산으로 분류된다"며 "실물자산이 있는 만큼 부실채권으로 보기보다는 공정과 분양에 따라 다시 정상 채권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는 상황이 더 어렵습니다. 저금리 시기 금융지주 신탁사들은 그룹의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시공사가 공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직접 준공을 책임지는 일명 '책임준공 확약형 토지신탁' 전략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사들이 잇따라 부도를 맞거나 공사를 중단하면서, 그 책임이 고스란히 신탁사의 재무 부담이 된 탓입니다.
(이미지=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실제 케이비부동산신탁은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185.3%까지 치솟았습니다. 2024년 12월 기준 부채비율(129.3%)보다 59%포인트 더 늘어난 겁니다. 신한자산신탁의 부채비율은 178.2%로 전년(145.5%)보다 32.7%포인트 늘었습니다. 지난해 하나자산신탁은 49.4%, 우리자산신탁은 26.4%를 기록했습니다.
실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케이비부동산신탁은 지난해 1112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전년(-1068)보다 적자폭이 늘었습니다. 우리자산신탁은 지난 2024년 말 69억원 흑자에서 지난해에는 2311억원 수준의 적자를 냈습니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신탁사는 책준형 사업으로 2022년 이후 재무 부담이 과중해진 상황에서 비토지신탁과 리츠 비중을 확대하는 등 사업 다변화를 추진 중"이라며 "당분간은 저조한 수익성으로 향후 회복은 지연될 전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보수적인 사업 기조로 전환하면서 산업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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