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사회적 대화가 재개됐지만 단체 간 입장 차로 인해 협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이 반복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단순 요율 조정에 그칠 경우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배달 플랫폼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수료가 아닌 구조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본지는 수수료 갈등을 넘어, 왜곡된 배달 생태계를 진단하고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 제언을 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공짜 배달 경쟁이 확산하면서 배달 시장이 역설적 구조로 변모했습니다. 비용은 플랫폼과 입점 업체 등에게 전가됐는데요. 무료배달에 따른 '제로섬'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격 중심 경쟁이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배달앱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표면적으론 면제…외식 물가 상승 요인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2022년 31조6000억원 △2023년 32조3000억원 △2024년 36조9000억원 △2025년 40조원(전망치)으로 집계됐습니다. 음식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비율도 늘어 2024년 처음으로 30%를 넘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점주들은 배달 시장 성장과 달리 무료배달 확산으로 비용 구조가 왜곡됐다고 지적합니다. 플랫폼·점주·소비자 간 부담 전가 구조가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배달비가 면제되지만 △음식가격 인상 △높은 중개수수료 △요금제 부담 등으로 비용이 분산됩니다. 배달 비용이 음식값에 포함되면서 외식 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외식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점주는 무료배달 유지를 위해 높은 수수료와 배달비를 부담해야 합니다. 무료배달 유지를 위해 최소 주문 금액을 설정해야 하는데요. 만원 이하 주문에서는 점주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역마진' 구조가 나타납니다. 결국 소액 메뉴 축소와 세트 중심 가격 인상을 유도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유진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는 "배달비는 결국 플랫폼과 점주가 나눠 부담하는 구조로, 특히 저가 주문의 경우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점주들이 무료배달을 선호해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주요 플랫폼이 제한된 상황에서 소비자 선택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무료배달이 기본처럼 자리 잡으면서 부담이 소상공인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끼워팔기 논란까지…점주에 특정 요금제 가입 강제
멤버십과 결합한 무료배달 확산으로 '끼워팔기'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점주에게는 배달까지 포함된 특정 요금제 가입이 사실상 강제되는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거대 플랫폼 간 고객 유치 경쟁도 심화되며 배달 시장 전반이 극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은 추가 비용과 노동이 수반되는 서비스인 만큼 완전한 무료가 될 수 없다"며 "현재와 같은 구조는 업주 부담을 키우는 고비용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무료배달 확산으로 소비가 배달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업주 부담이 가중되고, 이중 가격 등으로 이어질 경우 소비자 후생도 저하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시장을 위해서는 소비자도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배달업계 사정도 비슷합니다. 무료배달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 배달 시장 점유율 1·2·3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어대시·우버이츠·그럽허브의 경우 배달 비용은 1~8달러(한화 약 1460~1만1800원) 수준입니다. 배달 수수료는 10~15%, 메뉴 가격 할증은 최대 25%까지 붙습니다. 여기에는 '권장 배달팁'까지 포함됩니다. 구독 멤버십 가격도 월 10달러(한화 약 1만4600원) 수준입니다.
유럽 배달 플랫폼인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딜러버루·글로보의 배달 수수료는 1.5~5유로(한화 약 2590~8600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수수료는 최소 5~10%, 메뉴 가격 대비 할증은 10~20%로 형성돼 있습니다. 구독 멤버십 가격은 월 3.5~6유로(한화 약 6030~1만450원)입니다.
미국과 유럽 배달 플랫폼도 초기에는 무료·저가 전략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배달비 유료화 및 수수료 체계 강화로 전환했습니다. 구독 멤버십도 일정 가격 이상 주문해야 무료로 배달받을 수 있습니다. 최소주문 금액과 배달비 부과를 확대하는 추세로 무료 전략의 지속 가능성 한계를 확인한 것으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도 비교적 명료한 셈입니다.
배달 라이더가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조 개편 필요…전문가 "편익에 비례해 비용 부담"
국내 배달 시장의 무료배달 논쟁은 결국 서비스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지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배달 수수료 문제와 함께 무료배달 구조를 함께 손보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다만 현재 무료배달을 유지할지, 소비자 부담으로 전환할지를 두고 업주 단체와 플랫폼, 플랫폼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상생안 도출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결국 배달은 추가적인 운송 비용이 발생하는 서비스인 만큼, 일정 부분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요구도 나옵니다. 무료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비용 구조'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배달 서비스는 소비자·점주·플랫폼 모두가 편익을 얻는 구조"라며 "각 주체가 얻는 편익에 비례해 비용을 나누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특히 소비자도 일정 부분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교수는 "소비자가 배달비를 직접 체감하지 못하는 구조가 주문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플랫폼의 영향력 강화와 점주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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