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붐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등하자, 핵심 원자재도 수요가 몰려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기판과 패키징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들의 가격이 뛰면서 공급망 확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는 소재사들과 구매 협상에 나서는 한편 공급망 다변화로 장기적인 가격 상승에 대응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9월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2회 국제 첨단 반도체 기판 및 패키징 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종류의 인쇄회로기판(PCB)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희귀금속들의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입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희토류인 네오디뮴의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킬로그램당 116.8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이는 지난달 평균 대비 17%, 전년 평균 대비 55% 급등한 수치입니다. 네오디뮴은 반도체 제조 장비가 정밀하게 작동하도록 위치와 속도를 조절하는 모터에 사용됩니다.
인듐 역시 같은 날 킬로그램당 600.26달러에 거래됐으며, 전월 평균 대비 25%, 지난해 평균 대비 68% 치솟았습니다. 인듐은 반도체 칩 패키징 공정에서 방열 재료로 사용되며, 디스플레이 투명전극(TCE)을 제작할 때 쓰이는 소재입니다. 메모리를 비롯해 AI 칩 등 반도체 제작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제한적인 탓에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했습니다.
반도체 기판에 사용되는 구리 가격도 오름세입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구리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한 톤당 1만2840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구리로 만드는 반도체 기판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의 가격도 오르는 모습입니다. CCL은 절연체 위에 구리 기반 동박을 양면에 적층한 복합 재료로, 인쇄회로기판(PCB)의 필수 소재입니다.
지난달 일본 소재 기업 레조낙은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수요 급증과 공급난 심화를 이유로, 오는 3월부터 출하되는 CCL과 프리프레그(PPG) 전 제품의 판매 가격을 약 30% 인상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닛토보의 경우, 지난해 8월 유리섬유의 가격을 20%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로 가격을 올릴 전망입니다. 회사는 신규 생산 라인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 가동이 예상돼 공급 부족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업계는 가격 상승에 단기적으로 받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변동은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라, 가격 협상과 재고 확보 등 상승 국면에 미리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공정 효율화로 제작 단가를 낮추거나, 재고를 이미 확보하는 등 당장 수익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공급망을 다변화와 신소재 개발로 가격 상승에 대응할 계획입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공급사를 늘려 수급에 대응하고, 유리기판 등 차세대 제품 개발로 대응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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