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거래소, 금융자사고에 사회공헌기금 투입 논란
부산서 특화 인재 양성 구상…하나금융 자사고 벤치마킹
50억원 안팎 기금 투입시 취약계층 지원 축소 우려
자사고 설립이 부산 내 정치적 입지 강화 포석 지적도
노조 "사회환원 아닌 엘리트 정점 모델 투입 납득 어려워"
2026-02-09 17:56:08 2026-02-09 18:09:19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부산 금융자사고 설립·운영 재원으로 사회공헌 기금 활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설립비만 1000억원을 웃돌고, 연간 운영비도 수십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거래소가 그동안 취약계층 지원과 지역 상생에 써온 재원을 금융 자사고라는 '엘리트 교육'에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입니다. 더욱이 기존 사회공헌 사업 축소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자사고 설립 배경으로 거래소의 부산 내 정치적 입지 강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거래소는 산하 복지재단인 KRX국민행복재단이 보유한 기금 자산에서 발생하는 투자·이자 수익을 금융자사고 운영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1000억원 안팎의 설립비를 비롯해 운영비 모두 재단 사회공헌기금에서 마련된다"고 했습니다. 국민행복재단 기금은 그동안 취약계층 지원과 지역 상생 사업 등에 쓰여왔던 만큼, 해당 재원이 자사고 운영에 투입될 경우 기존 사회공헌 사업 축소 가능성을 둘러싼 공익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RX국민행복재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재단은 2024년 말 기준 2100억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자산에서 발생하는 투자·이자 수익과 후원금을 더해 매년 사회공헌 사업 재원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해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연간 사회공헌 사업비는 약 50억원 수준입니다. 그러나 금융자사고 운영비로 연 80억원 안팎의 재원이 투입될 경우, 기존 취약계층·지역 상생 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입니다. 이 운영비는 BNK금융지주 등과의 분담 비율에 따라 최대 100억원으로 늘 것으로도 노조 측은 보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금융자사고 설립을 통해 본사가 위치한 부산의 금융 중심지 위상을 강화하고, 금융 특화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하나금융그룹 자사고 등을 벤치마킹해 금융 교육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국내외 금융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거래소는 지난 2024년 BNK금융지주, 부산시 등과 손잡고 오는 2029년 초 개교를 목표로 학교법인 설립, 부지 확보, 착공 절차를 추진해 왔습니다.
 
거래소 안팎에서는 자사고 설립의 공익성과 재원 운용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래소 노조는 설립 자체가 사회공헌에 해당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엘리트 교육에 막대한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자사고라는 모델이 사회공헌이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설립비만 1000억원, 연간 운영비 최대 1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동안 거래소가 사실상 홀로 쌓아온 자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아닌 엘리트 정점 모델에 투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특정 학교 설립과 상위 계층 중심 교육에 사내 잉여금 등 관련 재원이 사용될 경우, 공적 성격의 재원이 본래 목적과 달리 소수 엘리트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공익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재단 설립 취지와 실제 자금 사용 방식이 어긋나면서 정당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노조 반대가 이어지면서 자사고 설립 추진이 중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노조 측은 지난해 말 노사 합의로 금융자사고 설립을 약 6개월 유예했다고 밝혔습니다. 거래소가 부산경상권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평가도 있습니다.
 
거래소 측은 컨설팅 용역 지연으로 일정이 늦어지고 있을 뿐, 설립 추진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국단위 자사고 설립인 만큼, 컨설팅 용역을 통해 재원 조달 방식과 운영비 규모, 입시 전형 등은 범용적 이익을 고려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 구성 역시 용역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국민행복재단 기금을 활용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설립 비용은 거래소의 재원 모금뿐 아니라 BNK금융지주 등 부산 소재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재단 참여 여부가 정해진 것은 없지만, 그렇다 해도 취약계층 지원에는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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