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엇갈린 제지업계…인쇄용지와 화장지 온도차
수출형 인쇄용지·내수형 화장지로 갈려
영세 화장지 제조업체 위기감 심화…원가 상승분 감당 여력 없어
2025-12-24 15:51:55 2025-12-24 16:43:07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고환율 기조가 거세지면서 제지업계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생산 제품군에 따라 온도차가 뚜렷한데요. 수출 물량이 많은 인쇄용지는 고환율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원재료를 수입해 내수에서 주로 판매되는 화장지 생산업체는 고환율로 인한 비용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24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전반적인 경기 부진 속에서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한층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재료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화장지 업계는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소비 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원자재 조달 비용은 환율 상승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습니다. 화장지를 생산하는 한 영세 제지업계 대표는 "지난주에 25개 콘테이너에 해당하는 화장지 원료인 원단을 결제했다"며 "원·달러 환율 1473원에 결제했는데 환율 때문에 그 자리에서 몇백만 원을 더 지출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환율 때문에 손해를 보고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내년에는 최저임금도 올라서 인건비도 오르게 생겼다"고 덧붙였습니다.
 
화장지는 생필품이기 때문에 가격 조정이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중견기업이 나서서 화장지 단가를 조정하면 영세업체가 따라가는 수순인데 현재 중견기업도 가격 조정이 부담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필품 가격 조정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또한 대형 유통 채널과 공공 유통망을 통한 판매 비중이 높은 점도 가격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유통 과정에서 가격 안정 요구가 강해 제조사가 원가 상승분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깨끗한나라(004540) 관계자는 "제품별로 환율 영향에는 차이가 있으나 백판지는 국내 재활용 원료 사용 비중이 높아 영향이 제한적이며 화장지는 수입 원료 특성상 환율 변동에 일부 영향을 받는다"며 "다만 당사는 수입·수출 구조와 환율 관리 등을 통해 전사 차원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원재료 가격 변동에 대비해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필요시 재고 운영 등으로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쌍용C&B 코디 '데일리 뽑아쓰는 일회용 수세미', '뽑아쓰는 UKP 키친타월', '아트앤 포켓몬 미니'. (사진=쌍용C&B)
 
모나리자와 쌍용 C&B를 보유하고 있는 MSS그룹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재료 구매 비용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MSS그룹은 소싱 최적화, 재고 운영 고도화,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SS그룹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되지 않도록 신중한 가격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영세 화장지 제조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감내할 여력이 크지 않아 경영 압박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의 경우 경영 환경 악화로 생산 설비 가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정펄프(009770)는 올해 말까지만 평택 공장을 운영한 뒤 내년부터 잠정 생산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화장지업계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반면 생산 물량의 절반 정도를 수출하는 제지업계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원화 기준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재료 수입 시 비용이 뛰지만 절반 정도 수출을 하다 보니 다시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무림P&P(009580)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펄프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국내 산림에서 조달받는 물량이 절반가량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환율로 인한 영향이 적습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해외 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대미 상호관세 영향으로 수출 여건이 과거만큼 우호적이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제지연합회 관계자는 "인쇄용지를 생산하는 제조사들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 수출 여건 모두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영세 화장지 제조사들의 경우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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