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강버스, "전기추진시스템 문제 많다" 결함보고서 무시한 채 배 띄워
한강버스 하이브리드선박 건조 총괄한 A씨, '전기추진체시스템' 결함 지적
보고서 통해 "모터용량 부족·인증 미확보·폭발위험, 조종능력 상실 등" 경고
㈜한강버스 본부장, 민간 주주사 이크루즈 등에 보고서 전달…'대외비' 표시
보고서는 묵살, 답신도 없어…1년 뒤 A 우려대로 사고 발생…"예견된 인재"
한강버스 측 "A씨, 업무상 문제로 계약해지" 입장만…추가 질문엔 답변 회피
2025-12-24 14:08:13 2025-12-24 14:27:42
[뉴스토마토 김현철·전연주 기자] 한강버스 선박 건조를 총괄한 현장감독이 1년간 전기추진시스템 결함을 수차례 보고했지만 묵살된 채 운항이 강행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현장감독의 보고서엔 현재 한강버스에서 발생한 고장·결함과 직결되는 기술적 문제점들이 상세히 담겨 있었습니다.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한 뒤 잇따라 발생한 수많은 사고는 한강버스 측이 현장감독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 벌어진 '예견된 인재'였던 셈입니다. 
 
2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한강버스 하이브리드선박 건조를 총괄한 현장지휘자 A씨는 2024년 9월 한 달 동안 총 네 차례에 걸쳐 '하이브리드-전기추진시스템 선박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한강버스와 이크루즈 측에 전달했습니다. 이크루즈는 지난해 6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와 함께 ㈜한강버스를 설립한 민간 주주사입니다.
 
A씨는 <뉴스토마토>와 만나 "(하이브리드선박과) 전기선박의 문제점이 우려돼 관련 업체들을 접촉했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면서 "보고서를 ㈜한강버스 본부장, 이크루즈 담당자한테 보냈다. '대외비'라고까지 써서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1·2차 보고서는 지난해 9월5일, 3차 보고서는 9월9일, 4차 보고서는 9월22일에 전달됐습니다. 

A씨 "250㎾ 모터로는 12kt 이상 속도 못 낸다"
 
A씨가 작성한 1차 보고서에는 한강버스 선박의 핵심 문제점이 적혔습니다. 보고서는 "기존 250㎾ 용량 모터는 설계 오류 탓에 경제운전(연비 절약과 환경 보호, 안전 운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경우)인 85% 용량에서 12㏏(노트)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다"며 "최소한 17~19㏏ 유지를 위해선 500㎾짜리 모터기 장착돼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강버스를 설계할 때 운항속도는 17㏏, 시운전 속도는 19㏏였습니다.
 
A씨는 같은 날 쓴 2차 보고서선 더 구체적인 안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배터리실(Battery Room)과 인버터실(Invertor Room)은 온도 상승으로 인한 폭발 위험이 있어,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한 에어컨 또는 환기시스템 설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선수추진기(Bow Thruster)가 미설치돼 한강의 하강 유속에 대한 선박 조종능력 손실 대비책이 미비하다"며 "특히 다리 사이를 지날 때 방향 조정을 위한 선수추진기가 없으면 조종능력을 상실해 교각과 대형 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현 전기추진체 공급업체의 계통도를 보면 인버터에서 직류(DC) 송출이 막힐 경우 완충 역할을 할 안전 장치가 없다"며 "폭발 발생 가능성이 있다"라고도 했습니다.
 
한강버스는 설계 오류로 인해 정상 속도를 낼 수 없는 '출력 부족' 상태인 데다, 배터리 폭발을 방지하고 교각 충돌을 막을 장치들을 갖추지 못한 탓에 대형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한강버스가 지난 12월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선착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 전문업체 분석도 첨부했지만 윗선서 '묵살'
 
A씨의 보고서에는 선박 전기추진시스템 전문업체가 작성한 기술 검토 자료도 첨부돼 있었습니다. 이 업체는 2024년 9월5일 작성한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방식 주요 검토·확인 사항'이라는 문건에서 "현재 설치된 250㎾급 모터로는 속도에 한계가 있다"며 "250㎾ 모터를 사용할 경 최대 속도는 약 15㏏로 예상된다. 모터를 500㎾급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업체는 또 기술적 안정성도 우려했습니다. 업체는 "발전기, 교류·직류 변환장치(AC·DC Converter), 전동기 등의 인증서가 확보돼 있으나 전기추진시스템 전체에 대한 인증서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배전반 인증 때 발전기 동기(연동) 시험이 누락돼 성능 확인이 불가하다. 시운전 중 미동기 상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전력관리시스템(PMS)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가 미인증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A씨는 지난해 9월 한 달에 걸쳐 전기추진체시스템에 관한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4건이나 ㈜한강버스와 이크루즈 측에 전달했으나 아무런 답신도 받지 못했습니다. 선박 건조를 총괄한 현장지휘자의 경고는 모조리 묵살된 겁니다. 
 
A씨는 이러한 치명적 결함을 담은 보고서를 9월 한 달 동안 네 차례나 ㈜한강버스와 이크루즈 측에 전달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습니다. 선박 건조를 총괄하는 현장책임자의 절박한 경고가 모조리 묵살된 겁니다.
 
우려·경고는 불과 1년새 잇따른 사고로 현실화
 
하지만 A씨의 우려가 현실화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A씨가 지목했던 전기추진시스템의 치명적 문제들은 불과 1년 뒤 실제 사고로 이어진 겁니다. 
 
먼저 전문업체가 경고했던 '발전기 미동기 위험'은 실제 고장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강버스 104호는 지난 9월22일과 11월15일 두 차례나 발전기 고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지난 11월15일 오전에는 원격 시동조차 걸리지 않아 비상 운항을 해야 했습니다. 그날 저녁엔 102호가 한강 바닥에 걸려 멈춘 사고까지 벌어졌습니다. 
 
‘배터리·에너지·전력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 미인증' 문제도 현실화됐습니다. 지난 9월22일 한강버스 104호는 잠실선착장에서 전기 구동 장치가 오류를 일으켰고, 여러 차례의 재기동 실패한 끝에 승객 전원이 하선하기도 했습니다. '선수추진기 미설치로 인한 조종능력 상실' 지적은 선착장 충돌 사고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월31일 잠실선착장에선 103호가 선착장과 충돌해 선체와 선착장 일부가 파손됐으며, 11월3일에는 여의도선착장 접안 중 충격이 발생해 3층 커피 매장이 정전되는 소동까지 빚어졌습니다.
 
A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현장감독의 말도 듣지 않고 배를 만든 결과가 오늘날 한강버스의 현실"라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한강버스 본부장에게 △A씨로부터 보고서를 받은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지 △논의가 있었다면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는지 △A씨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면 그 배경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반론과 입장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본부장은 "A씨는 이크루즈에서 선임한 업체의 선주 감독으로, ㈜한강버스 설립 후 업체의 업무상 문제점 등으로 계약해지하였습니다"라고만 답했습니다. 실제로 A씨는 2024년 6월 초부터 선박 건조를 총괄하는 현장감독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는 그해 9월 한 달간 4차례의 보고서를 전달했고, 12월쯤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본지는 ㈜한강버스 본부장에게 다시 '업무상 문제로 계약해지한 것과 현장감독으로서 선박 건조 중 문제를 제기한 것은 별개다. 보고서를 작성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인해 계약이 해지된 것인가' 등에 관해 질의했지만, 그는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