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너서클' 질타에 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갯속
2025-12-24 14:21:53 2025-12-24 18:21:19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과 '부패한 이너써클(내부 권력집단)' 문제를 지적하면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관료 출신인 임종룡 현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돼왔지만, 대통령 질타 이후 막판 기류 변화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 금융지주 회장 교체 의지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아직 최종 회장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곳은 우리금융지주가 유일합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경영승계 절차 개시 시점인 10월28일로부터 약 2개월이 되는 12월 말이 유력한 시점으로 거론된다"고 했습니다. 오는 28일이 일요일인 점을 감안하면 29일이나 30일 전후로 최종 후보가 발표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우리금융 역시 임 회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보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변수가 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관련해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회장을 했다가 은행장을 했다가 10년, 20년씩 해먹는 구조"라고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관행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금융권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회장과 올 들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도 행장과 회장 재임 기간을 포함해 1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한 인사들입니다. 이 대통령은 애초 이 둘을 포함해 4대 금융지주 회장은 물론 지방 금융지주 회장까지 모두 개혁 개상으로 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손 놓고 있는 사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빈대인 BNK금융지주(138930) 회장이 모두 그대로 연임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공개 발언으로 드러냈습니다. 
 
금명간 차기 회장 인선 결론을 내려야 하는 우리금융이 가장 난처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대통령 지적에 따라 내부 출신을 대안으로 찾기에는 '이너서클'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압축 후보군은 임종룡 현 회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입니다. 외부 후보 중 민간 금융사에서 CEO 출신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기 회장 최우선 순위로 꼽혀온 관료 출신 회장 연임과 내부 행장 출신의 회장 승계 구도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 출신 관료로 위기 수습과 조직 안정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대통령과 당국이 특정 집단 권력과 내부 출신 연임 관행을 동시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이너서클(내부 권력집단)' 지적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도에 경고등이 켜졌다. 사진은 지난 11월17일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을 위한 금융기관간 업무협약식'에서 임 회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임종룡 회장 연임 가능할까 
 
대통령 발언에 맞춰 금융당국도 지배구조 손질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간 제도적으로는 경영 승계 절차와 요건을 마련했지만, 실제로는 특정 인물 중심의 구도가 반복되면서 실질적 경쟁을 검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은 당초 다음달로 예정됐던 BNK금융지주 현장검사를 앞당겨 착수했으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관련 법령과 내부 규정을 충실히 준수했는지를 집중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번 검사가 다른 금융지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금감원은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 출범시켜 내년 1월까지 제도 개선 과제를 도출할 계획입니다.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 사외이사 역할, 후보추천위원회 운영 방식 등이 주요 점검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금융권에선 당초 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으나 막판 기류 변화의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간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조직 안정을 위해서는 임 회장의 연임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왔습니다. 지난해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로 검찰 수사와 금감원의 검사를 받으면서도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 인수에 성공했는데요. 비은행부문 실적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임 회장이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뿐만 아니라 임 회장이 윤석열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은 피해자라는 인식도 형성돼 있습니다. 임 회장을 곤혹스럽게 한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은 외부 출신인 임 회장의 존재를 거슬려한 내부고발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전 정권의 사적 민원을 차단하는 바람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관료 출신으로 역대 보수정권에서 수혜를 입은 점은 임 회장의 약점으로 작용해왔습니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인 임 회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발탁된 이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습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했습니다. 박근혜정부 말기에는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까지 내정됐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불발됐습니다.
 
임 회장은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야인으로 있었지만, 윤석열정부 때 초대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론된 이후 우리금융 회장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는 당시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쫓겨나다시피 떠난 손태승 전 회장의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 후보 최종 선임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문제 삼은 마당에 연임론에 대한 변수로 작용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9일이나 30일 전후로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 본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