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들, '비공개 후보' 들러리 세워두고 연임 군불
2025-12-19 15:00:37 2025-12-19 15:19:37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내·외부 후보 간 공정 경쟁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외부 후보를 비공개로 처리되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당국은 후보 당사자의 공개 의사와 금융사 자율 경영 방침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인데요. 외부 후보군이 현직 회장 연임을 위한 들러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외부 출신 후보 정보 '깜깜이'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316140), BNK금융지주(138930) 등 금융지주사들의 차기 회장 인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외부 후보자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으로 현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과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습니다. 이 중 외부 후보 2명은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신한지주(055550)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진옥동 현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습니다, 회추위는 회장 숏리스트로 진 회장 등 내부 후보 3명, 외부 후보 1명 등 4명을 추린 바 있는데요. 역시 외부 후보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빈대인 현 회장이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BNK금융의 경우 실명이 공개된 내부 출신으로만 후보군이 구성됐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외부 후보자 비공개는 본인의 요청에 따른 것이며, 신상이 공개될 경우 본인에 대한 평판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현직에 종사하는 후보일 경우 소속된 조직에서 리더십 훼손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최종 후보로 선임되지 않았을 때 개인 평판이 웨손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지주 회장 승계 프로그램은 지난 2023년 정립된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 따른 것입니다. 지배구조 모범 관행은 은행권이 현직 회장의 임기 만료 기한을 6개월가량 남겨두고 승계 절차를 개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 외부 후보에게 이사회와의 간담회 기회를 제공해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 규준에는 후보군 공개와 관련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회추위나 임추위를 구성하는 각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이 '후보 검증 단계에서 외부 후보자 신상은 본인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할 수 있다'는 내부 운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금융지주회장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배구조 모범 규준 '사각지대'
 
과거에는 외부후보군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일부 금융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서는 1차 또는 2차 후보군 단계에서 외부 후보 일부가 공개된 전례가 있습니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그랬습니다. 임 회장이 갑자기 등판하면서 '관치' 논란이 불기는 했지만, 최소한 경쟁 구도는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외부 후보를 비공개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질 경우 경영 승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감독원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와 후보군 본인이 결정하는 사안이라 당국이 공개하라 마라 방침을 내릴 수 없다"며 "절차적 형식이라도 갖추기 위해 경영 승계 기간을 될 수 있는 대로 길게 잡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회장 인선을 마무리한 신한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모두 현직 회장의 연임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외부 후보군이 전면 비공개된 상태에서 인선이 진행되다 보니, 연임이 사전에 정해진 수순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따라붙고 있습니다.
 
특별한 견제 장치가 없는 금융지주회장의 셀프 연임은 내부 견제가 불가능해지고 금융계 전체에 신뢰 저하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특히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의 위법 사항이나 내부통제 부실 등 문제가 있을 경우 연임에 반대하거나 부적격 판정을 내릴 수 있지만 심각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사외이사로 선임한 현 회장에 반대 의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외부 후보군 비공개 관행이 지속될 경우 셀프 연임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 관여한다는 '관치' 논란을 무릎쓰고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주 회장이 되고 나서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 일종의 참호를 구축하는 이들이 보인다며 잘 살펴보겠다"고 했고,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존 회장들의 연임 욕구가 많은 것 같다. 그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되면서 거버넌스 건전성이 염려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금융지주 이사회의 경영 승계 후보 추천과 검증, 추천 절차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이달부터 가동합니다. 금융지주 회장 중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2026년 11월 임기가 만료되며,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2027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데요. 이들은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이 모두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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