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윤석열정부 때 전액 삭감했던 주요 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야는 특활비에 대해 이견을 보이며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난해 전액 삭감했던 특활비를 복원하는 것에 반발하며 "내로남불 예산"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국가 기능을 위해 필요하다"고 맞섰습니다.
여야가 25일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예산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심사가 보류됐다. 사진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왼쪽)와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모습. (사진=뉴시스)
대통령실 특활비 '82억5100만원'…대표적 '쌈짓돈'
국회 운영위원회는 25일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특활비 82억5100만원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재명정부에서 제시한 예산안은 지난해 윤석열정부에서 편성한 금액과 동일합니다. 이날 회의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진행됐지만, 끝내 합의하지 못한 채 보류됐습니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국정 수행 활동에 드는 경비를 뜻합니다. 기밀 유지를 위해 예외적으로 영수증 등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대표적인 쌈짓돈'으로 불리며 폐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야는 이날 또다시 정면 충돌했습니다. 민주당은 "정부의 안정적인 행정 운영을 위해 정부 원안대로 특활비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야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야당이던 지난해 정부의 특활비를 대폭 삭감해 놓고 여당이 되자 예산을 되돌렸다"며 전액 삭감을 주장했습니다.
운영위 예결소위원장인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활비 명목도 밝히지 않았고 영수증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앞선 회의에서 공개 안 된 25% 영수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대통령실에서 전혀 자료에 대한 소명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액 삭감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원안대로 주장하고 있어 의견 합치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뒤바뀐 여야…"특활비 공개" 대 "국가기능에 필요"
유 위원장이 언급한 25%는 앞서 지난 18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언급된 내용입니다. 당시 유 위원장은 지난 9월 대통령실 특활비 사용내역 일부를 공개한 것을 두고 "집행 명목을 알 수 없게 돼 있다"며 "'이재명정부는 투명했다'는 식으로 생색내기용 공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위로금·격려금·여론 청취 관련 비용 등 특활비와 무관한 내역으로 나타난 건수도 전체 대통령실 특활비 대비 '4분의 1' 수준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법적으로 업무상 횡령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올해 내역을 정밀하게 보고하지 않으면 25% 비율의 특활비 예산을 인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정부와 야당에서는 국가 기능에 필요한 부분이며, 기밀 유지를 강조했는데요.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특활비를 업무추진비와 별도로 쓰는 이유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국정 사항이라 그런 것 아니겠나"라며 "세부 내용 공개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에서 내놓은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특활비 예산 82억5100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처리했습니다.
당시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운영위에 불참한 것을 지적했는데요. 그는 "대통령실이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며 "특활비 82억원을 계상하고 아무런 설명도 자료 제출도 없이 무조건 예산을 통과시켜달라고 하는 건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삭감 배경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대 위원장이 운영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2025년도 국회 소관, 국가인권위원회 소관,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소관, 대통령경호처 소관 예산안을 전체회의에 회부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의석이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특활비' 둘러싼 쟁점…안보부터 위헌 논란까지
논란이 된 특활비는 영수증 없이 현금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은 지출로 세부 내역이 비공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지난 9월 대통령실 특활비 집행 내역을 최초로 공개했지만 사용처가 '외교·안보·정책 네트워크 구축' 등 포괄적 표현으로 돼 있어 여전히 '깜깜이 예산'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이 밖에도 특활비는 감사·감독 기능 약화 및 책임소재의 불명확성과 함께 정권·기관별 일관성 없는 대응 등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 올해 5월 특활비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특활비 비공개는 위헌이란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는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가 지난 2019년부터 '검찰 특활비' 자료 공개 소송을 진행한 결과인데요. 법원에서는 하 대표의 손을 들어주며, '특활비 정보공개 거부 처분'은 위법이란 주장을 받아들인 셈입니다. 또 특활비 공개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재정민주주의 원칙 위반 가능성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반면, 기관별 안보나 수사 등의 이유로 일부 집행 내역을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