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김건희특검의 '용두사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김건희씨를 구속기소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제대로 의혹을 규명한 사건은 없기 때문입니다. 애초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했던 탓입니다. 대신 인지수사와 별건수사로 논란이 일었고, 핵심 피의자들은 '별건으로 기소됐다'라며 무죄를 주장하는 판입니다. 양평군 공무원 사망에 따른 강압수사 논란도 특검을 옥좼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특검은 5개월간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정치인은 그 누구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하지 못했습니다.
2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는 수사 종료가 한 달가량 남은 김건희특검에 대해 "효율적 수사를 하지 못했다"라고 평합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이 처음부터 중점으로 수사할 사건, 수사 대상의 우선 순위를 정해놨다면 오히려 집중적으로 살필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사건을 파면 팔수록 이거 저거 나오다 보니 가지를 뻗듯 수사를 넓혀 갔고, 그러니까 수사 대상도 너무 많아졌다. 욕심을 부리다가 실기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김건희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은 16개입니다. 이 가운데 1∼15호는 김씨에 관한 15개 의혹을 다루고, 16호는 '1∼15호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씨가 지난 9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이 김건희씨 연루 의혹을 살피는 과정에서 인지수사하는 사건들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의혹과 김건희씨와의 연관성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특검이 가장 먼저 인지수사에 착수한 건 이른바 '집사 게이트'입니다. 수사는 대기업들이 김건희씨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에 184억원을 투자했다는 데 착안해 시작됐습니다. 특검은 대기업들이 김예성씨와 김건희씨의 친분을 인지하고, 모종의 대가를 바라 보험성·청탁성으로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넣었다고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특검은 대기업의 IMS모빌리티 투자에 김건희씨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연결고리를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김예성씨는 8월15일 구속됐지만, 조영탁 대표 등 이 회사와 얽힌 다른 인물들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을 정도입니다. 구속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심지어 지난 21일 김예성씨의 횡령 혐의를 심리하는 재판부는 특검에 김씨의 범죄 사실에 대한 구체적 인지 경위를 밝혀달라고까지 요청했습니다.
특검이 김건희씨 일가가 연루된 요양원·창고·자택 등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인지수사 건수가 늘어났습니다. 매관매직 의혹으로 번진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금거북이 사건, 김건희씨의 오빠 김진우씨의 처가에서 발견된 이우환 화백의 1억원 상당 그림과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 대한 공천개입 의혹 등이 대표적입니다.
광범위한 수사 대상과 인지수사는 별건수사 논란으로 불똥이 옮겼습니다. 특검이 김건희씨와의 연관성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기소하자 피고인들은 '별건수사에 따른 무죄'를 주장하는 등 반발이 이어진 겁니다. 김예성씨 측 변호인은 지난 9월22일 진행된 첫 재판에서 "특검법이 정하는 수사 대상을 벗어난 별건기소"라며 "공소사실 어디에도 김건희와 연관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모 국토부 서기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김 서기관의 경우 특검은 그가 특정 업체에서 금품을 받았다면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는데, 해당 건은 고속도로 의혹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건이 아니었던 겁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지난 9월 "(김건희특검은) 김건희씨 개인 만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 의혹이 제기된 16개 항목을 수사하기 위해 임명된 것"이라며 "의혹이 사실인지 실체를 밝히는 게 특검 수사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것도 (실체를 밝히는) 특검 수사의 본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법조계는 이런 맥락에서 특검 스스로 '김건희특검이 출범하게 된 이유'를 제대로 짚지 못한 채 방향을 상실했다고 지적합니다. 김건희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즉 김건희특검은 12·3 계엄의 단초가 된, 윤석열정부에서 제대로 수사가 안 됐던 의혹들을 특검을 통해 규명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인지수사나 별건수사로 먼지를 털듯 김건희씨를 뒤지는 건 특검법의 본류와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의혹인 명태균 게이트 수사도 실패했습니다. 이 건에 연루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진태 강원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에 대해선 손도 못 댄 겁니다. 핵심 관련자들에 대해선 소환이나 구속영장 청구는커녕 기소도 못한 상태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특검이 나오는 건마다 다 건드리려다 보니 결국 수습도 못하고 계속 시간만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문은 열었는데 못 닫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양평군 공무원 정모씨의 변호를 맡은 박경호 변호사가 지난 10월14일 오전 김건희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 열었다. (사진=뉴시스)
강압수사 논란도 특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특검은 지난 10월 초 경기도 양평군 공흥지구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양평군 공무원인 정모씨를 소환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정씨 "강압수사를 받았다"라는 메모를 남기고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특검의 수사 대상과 방법은 정치권의 공방으로까지 치달았습니다.
한편, 법조계는 특검이 남은 시간 동안엔 새로운 수사 착수보다는 '마무리'에 집중할 것으로 봤습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라는 게 하루아침에 끝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수사 기간이 한 달 남았다고 해도 추후 정리하는 기간을 빼면 실질적으로 (남은 기간은) 보름 남짓"이라며 "건드렸던 사건은 건드린 채 놔둘 수밖에 없고, 의혹이 제기된 부분도 그냥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게 특검의 한계"라고 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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