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박혜정 기자]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청소 작업을 하던 작업자 3명 중 2명이 심정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달 5일 유해 기체로 추정되는 물질을 흡입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지 불과 15일 만에 또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잇따른 산업재해에 안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쯤 포항제철소 STS 4제강공장 야외에서 슬러지(찌꺼기) 청소 작업을 하던 용역업체 직원 등 6명이 가스를 흡입해 쓰러졌습니다. 이 가운데 협력업체 직원 2명과 포스코 직원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며, 포스코 직원 2명과 협력업체 직원 1명은 어지러움 등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해자 6명 모두 포항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들은 설비 주변을 청소하던 중 유해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소방당국은 일산화탄소 질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회사와 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고 직후 피해 인원에 대한 집계가 기관별로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청소업체 직원 2명과 포스코 자체 소방대원 4명 등 총 6명이 유해가스에 노출됐으며, 이 중 청소업체 직원 2명이 심정지 상태라고 발표했습니다. 반면 포스코는 40대 직원 1명과 청소업체 직원 2명 등 3명이 가스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중 2명이 심정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 5일에도 포스코에서 가스 흡입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 포스코DX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 4명이 전기 케이블 설치 작업 중 화학물질 배관을 밟고 이동하다 배관이 파손되는 사고가 났습니다. 이 사고로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50대 직원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으며, 다른 20~30대 노동자 3명은 화상을 입었습니다.
지난 4월 경기소방재난본부가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현장에서 고립됐던 노동자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포스코그룹에서는 앞선 두 건을 포함해 총 8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7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집진기 배관 철거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발판 구조물 붕괴로 추락해 1명이 숨졌습니다.
건설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는 △1월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4월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4월 대구 주상복합 추락사고 △7월 의령 고속국도 공사 사망사고 △8월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감전사고 등 총 5건의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산재가 반복되자, 포스코그룹은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습니다. 지난 8월1일부로 안전관리 혁신 계획을 발표하고 장 회장 직속 ‘그룹 안전특별진단 TF’를 출범시키고, 9월에는 회장 직속의 안전·미래 신사업·커뮤니케이션 3개 분과로 구성된 ‘안전혁신·미래전략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포스코가 여러 차례 안전 강화 대책을 내놨음에도 사고가 이어지자, 전문가들은 그룹 차원의 조치와 실제 현장 간 괴리감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현행 시스템만으로는 사고 예방이 한계에 부딪힌 만큼, 외주화로 인한 책임 분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안전 관리 체계는 그룹 차원의 개선책이 현장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며 “외주화된 구조 속에서 책임이 흩어지는 만큼, 보다 직접적이고 통합된 안전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욱·박혜정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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