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강버스가 또 멈췄습니다. 지난 주말 멈춤 사고를 비롯해 한강버스가 처음으로 인도된 지 8개월 만에 일어난 사고는 20건에 이릅니다. 특히 이번 한강버스 멈춤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한강 수심이 얕다'는 보고는 15번이나 있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버스 운행을 서둘렀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오 시장으로선 서울시장 5선 도전을 위해 치적을 쌓으려다가 책임론만 커진 상황입니다.
9월17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버스 여의도선착장에서 열린 한강버스 취항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청)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한강버스는 올해 3월부터 지난 15일까지 20건의 사고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먼저 한강버스는 지난 2월27일 한강버스 선박 2척이 여의도선착장에 도착한 바 있습니다. 이후 5월16일에는 원래 6월에 예정됐던 정식 운항이 9월로 연기됐습니다.
이후 본격적인 사건·사고는 9월부터 벌어졌습니다. 9월17일에는 여의도선착장에서 취항식이 이뤄졌지만 우천으로 인해 시승 행사는 취소됐습니다. 9월18일 정식 운항이 시작됐으나, 불과 이틀 후인 20일 팔당댐 방류로 수위가 높아지자 운항이 하루 중단됐습니다.
9월22일 오후 7시에는 옥수선착장에서 잠실선착장으로 향하던 배가 방향타 고장 때문에 중도 하선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는 마곡선착장에서 잠실선착장으로 출발했어야 할 선박이 전기 계통 이상으로 결항했습니다. 같은 달 26일에도 마곡선착장에서 잠실선착장으로 향하던 선박이 방향타 이상으로 회항했습니다.
9월29일 서울시청은 승객을 태우지 않고 1개월 가까이 시운전을 진행했습니다. 시운전 기간에도 사고는 발생했습니다. 10월8일에는 마곡 도선장에서 접·이안 훈련 중인 선박이 이미 접안한 배와 마찰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같은 달 17일에는 견습 선장이 야간 운항 훈련하던 배가 성산대교 근처에서 부표와 충돌했습니다. 10월20일에도 접·이안 훈련하던 선박이 뚝섬선착장과 충돌했습니다.
지난 1일 운항을 재개한 한강버스의 운항도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운행을 재개한 지 이틀 만인 지난 3일에는 배가 여의도 선착장과 충돌해 선착장에 입점해 있던 카페가 정전됐습니다. 지난 11일에는 뚝섬선착장 근처에서는 부유 중인 로프가 선박 프로펠러에 걸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5일에는 사고가 2건 벌어졌습니다. 오후 12시43분 뚝섬선착장에서 잠실선착장으로 향하던 선박이 이물질과 접촉했습니다. 또 8시25분에는 잠실선착장으로부터 100m 떨어진 지점에서 선박이 저수심 강바닥에 걸려 멈췄습니다. 서울시청은 잠실선착장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항로 이탈로 인한 저수심 구간 걸림이며 간접적인 원인은 저수심 구간 '우측 항로 표시등 밝기 불충분'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이에 서울시청은 한남대교 남단인 마곡~여의도 구간만 운행하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구간인 압구정·옥수·뚝섬·잠실 구간의 경우 운항이 멈춘 겁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고 다음 날인 지난 1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강버스 멈춤 사고로 승객 여러분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17일 한강버스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한강버스는 수심이 낮다는 취지의 보고를 선박 선장들로부터 여러 차례 받았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한강버스 멈춤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김석진 ㈜한강버스 대표는 '수심이 낮다, (수심 낮아서 배에) 터치가 계속된다는 보고가 몇 차례 들어왔느냐'는 질문에 "15번"이라고 답변했습니다.
17일 김선직 주식회사 한강버스 대표가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지난 15일 한강버스가 강바닥에 걸려 멈춘 사고와 관련해 열린 브리핑에 앞서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강버스 관계자도 "선장들에게 선박에 이물질이 닿는 느낌, 선박들이 교행(서로 비껴서 교차해 지나감)할 때 꿀렁거리는 느낌이 들 때 마침 수심이 낮은 사례들이 보고되는 것"이라며 "8월1일부터 이번달까지 15번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강버스는 서울시청 산하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와 민간기업인 이크루즈가 각각 51%와 49%의 지분을 소유한 회사입니다.
이와 관련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한강의 얕은 수심 문제는 수차례 제기돼왔다"며 "서울시는 저수면 준설과 항로표시등 설치 조치 등을 통해 충분히 안전을 확보했다고 답했지만, 예측과 우려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이어 "한강버스 운항은 즉시 중지돼야 한다"며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운행 지속은 사고의 반복이 아니라 '사고의 방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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