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저감 공염불)②치킨도 영양 성분 표시 의무화 눈앞
치킨업계, 노랑통닭 이후 나트륨 저감 치킨 외면
치킨 빅 3사 100g당 500㎎ 나트륨 제품 수두룩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분류…영양 성분 공개 추진
2025-11-17 16:43:24 2025-11-17 17:03:25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BBQ 청계광장점에서 열린 '2025년 BBQ 호프데이'에 마련된 신메뉴 '뿜치킹'.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수정·동지훈 기자]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에 비해 1.6배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트륨은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 성분이지만 과잉 섭취하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나트륨 섭취 저감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의 시발점은 어린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 환경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치킨을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분류하고 나트륨을 포함한 영양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는 과제를 추진 중입니다. 나트륨 줄이기에 적극적인 정부와 달리 치킨업계에선 2023년을 끝으로 짠맛을 줄이려는 시도가 멈춰섰습니다. 
 
17일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식약처가 진행한 '나트륨 줄이기 실천 음식점'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는 노랑통닭이 유일했습니다. 노랑통닭은 화학 염지제를 사용하지 않은 저염 방식으로 치킨을 조리해 타사 대비 나트륨 함량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식약처가 인증한 '실천 음식점'을 당시 577개까지 늘렸습니다. 
 
하지만 식약처의 나트륨 저감 노력에도 치킨 업계의 변화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습니다.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인 교촌치킨과 BBQ, BHC 모두 나트륨을 줄이기 위한 행보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실제 각 브랜드의 인기 제품의 100g당 나트륨 함량을 살펴본 결과 식약처의 저감 프로젝트 시작 이후와 달라진 점은 없었습니다. 
 
국민 간식 여전히 짜...100g당 500㎎ 이상 제품 BBQ 최다
 
치킨 프랜차이즈 3사 중 100g당 나트륨 500㎎을 웃도는 단품 메뉴가 가장 많은 곳은 BBQ로 나타났습니다. BBQ의 황금올리브치킨(속안심) 메뉴는 100g당 나트륨이 무려 636㎎으로 나타났습니다. 조리 후 치킨 한 마리 중량을 평균 700g으로 단순 계산하면 4452㎎에 달하는 겁니다. 이 밖에 △바사칸 윙 520㎎ △파더's치킨 596㎎ △황금올리브치킨(핫윙) 541㎎ △황금올리브치킨(양념) 533㎎ △황금올리브치킨(매운양념) 531㎎ △빠리치킨 526㎎ △마라핫 538㎎ 수준이었습니다. 
 
교촌치킨의 단품 메뉴들은 △허니갈릭순살 540㎎ △뉴(NEW)레드순살 550㎎ △뉴(NEW)마라레드순살 540㎎ △양념치킨순살 570㎎ △허니옥수수순살 510㎎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BHC의 경우 인기 메뉴인 △핫뿌링클 386㎎ △콰삭톡 345㎎ △콰삭킹 350㎎ △레드킹 329㎎ 등 타사 대비 나트륨 함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대표 메뉴인 뿌링클은 100g당 500㎎, 더블팝순살양념은 576㎎ 수준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제품도 여전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식약처의 나트륨 줄이기 프로젝트 선봉대에 섰던 노랑통닭도 2021년 이후 이렇다 할 진척은 없었습니다. 노랑통닭은 현재 메뉴의 영양 성분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2021년 이후에는 식약처의 실천 음식점 선정이 진행되지 않아, 추가적인 나트륨 저감 결과도 없었습니다. 정부와 업계 모두 나트륨 저감에 대한 노력에 소홀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창 치킨에 포함된 나트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저감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했지만, 그 이후 이슈가 점차 사라지면서 관련 논의가 줄어들었다"며 "치킨 특성상 염지라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맛을 유지하면서 나트륨을 줄이는 게 쉽지 않는 과정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치킨도 어린이 기호식품으로…영양 성분 공개 의무화
 
치킨 업계의 나트륨 저감 의사와 무관하게 앞으로는 프랜차이즈 규모에 따라 영양 성분이 전면 공개될 예정입니다. 식약처가 추진 중인 식의약 안전 50대 과제로 생기는 변화입니다. 
 
식의약 안전 50대 과제는 이재명정부의 국정 과제 완수를 위해 발굴된 정책들입니다. 치킨 영양 성분 표시 확대는 식의약 안전 50대 과제 중 19번째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존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르면 햄버거와 피자는 어린이 기호식품에 포함돼 점포 수(직영점 포함)가 5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매장은 열량과 당류, 나트륨 등 영양 성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치킨 영양 성분도 공개 대상이지만, 교촌치킨 등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는 예외입니다. 
 
식약처는 내년 말까지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치킨을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분류할 계획입니다. 
 
치킨 영양 성분 공개 기준은 프랜차이즈 규모입니다. 식약처는 오는 2027년 300개 이상 매장을 갖춘 프랜차이즈 치킨의 영양 성분을 공개할 방침입니다. 이듬해에는 영양 성분 공개 기준이 매장 100개로 줄어듭니다. 2029년에 이르면 50개 이상 매장을 보유한 프랜차이즈는 치킨 영양 성분을 공개해야 합니다. 
 
식약처는 프랜차이즈 규모에 따른 치킨 영양 성분 공개 단계적 의무화로 당류와 나트륨 섭취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특히 건강한 어린이 식습관 관리 효과를 예상합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우리 국민은 하루 평균 3136㎎의 나트륨을 섭취했습니다. 나트륨 섭취 저감 정책 시행 이전인 2011년 4789㎎보다 1653㎎ 줄어든 수치이지만 WHO 권고기준 2000㎎과 비교하면 1.6배 많은 수준입니다. 
 
당류의 경우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양이 2019년 36.8g, 2023년 35.5g으로 나타났습니다. WHO 권고 기준을 넘진 않았으나 2023년 기준 여자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의 당류 섭취량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식약처는 "영양 표시 확대를 통한 당류·나트륨 등 섭취 저감으로 어린이 건강 식생활 습관 유도 및 비만율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수정·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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