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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2일 17:5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에이스침대(003800)의 프리미엄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고급 매트리스 판매 비중이 늘었지만 매출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회사는 최근 3년간 매년 100억원대의 배당을 이어왔으며, 총액 역시 매년 늘렸다. 배당금 대부분은 지분 약 80%를 보유한 오너 일가에게 돌아갔다. 이에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에이스침대가 올해도 고배당 기조를 유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에이스침대 모델 박보검의 팬사인회 모습 (사진=에이스침대)
프리미엄 전략, 단가 높이고 실적 떨어트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스침대 올해 3분기 매출액은 237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2395억원) 보다 0.7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41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84억원)에 비해 14.67% 떨어졌다.
에이스침대는 소비 위축과 업황 침체 속에 프리미엄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체 가구 수요가 줄었지만, 고가 가구 인기는 꾸준해서다. 이에 고급 매트리스 라인이 확대됐다. 최상위 매트리스 브랜드 ‘에이스 헤리츠’는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86.5% 증가했다. 이는 전체 판매량의 62.7%다.
그러나 매출 감소 배경에는 ‘침대’ 매출이 작용했다. 매출 중 최다 비율(89.28%)을 차지하는 침대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2241억원에서 올해 3분기 2123억원으로 5.27% 줄었다. 반면 가구와 기타 품목 매출은 모두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는 내수시장 침대 가격을 2023년 1761만원, 2024년 1835만원, 올해 3분기 1919만원으로 올렸다. 가격까지 높였지만 침대 매출은 하락한 셈이다.
영업이익 하락은 매출원가 증가가 주요인이 됐다. 올해 3분기 매출원가(898억원)는 지난해 동기(845억원) 대비 6.27% 올랐다. 반면 판매관리비는 올해 3분기 106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066억원) 대비 소폭 올랐다. 업체의 최근 3년간 매출원가율은 30%대(2022년 38.81%, 2023년 35.93%, 지난해 35.57%)에 머물고 있다. 이는 동종업계인 시몬스침대 매출원가율(지난해 기준 28.77%)보다 10% 가량 높은 수치다.
매출원가 중에서는 원재료 및 상품매입액 항목이 가장 크게(11.23%) 올랐다. 지난해 3분기 552억원, 올해 3분기 614억원이다. 다만 이는 단가 요인보다는 프리미엄 전략에 따른 고급 부품 매입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보여진다. 주요 원재료 가격은 최근 3년간 큰 변동이 없어서다. 심지어 침대 주요 소재인 ‘천연 화이버’는 지난해(1만922원)에 비해 올해 3분기(9753원) 키로당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업체의 프리미엄 전략은 단가만 높이고 실적에 타격만 준 셈이다.
오너 일가 지분 약 80% 100억대 배당금…“장기 성장 어려워”
에이스침대는 배당 총액이 매년 증가세다. 배당금은 2022년 107억원, 2023년 111억원, 2024년 130억원, 올해 140억원을 기록했다. 배당금 대부분은 회사 지분 약 80%를 갖고 있는 오너 일가에게 돌아갔다. 지분은 안성호 대표 54.56%, 누나 안명숙 4.99%, 장남 안진환 10%, 차남 안승환 10%로 구성됐다. 이들이 최근 3년간 챙긴 배당금은 2022년 88억원, 2023년 105억원, 2024년 114억원으로 총 307억여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오너 중심 경영이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너 중심 기업은 기술·재무만 탄탄하면 스테디하게 운영될 수 있지만, 혁신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처럼 입주 수요가 없을 때 가구업체들은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한다. 그러나 오너들이 너무 힘이 세면, 본인들이 주도하게 되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히 에이스침대는 시몬스침대에 비해 마케팅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에이스침대 광고비는 지난해 3분기(242억원)에 비해 올해 동기(237억원) 2.07% 줄었다. 다른 영업비용(지급수수료, 감가상각비 등)이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보수적 운영 기조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중견 제조업체가 100억원대 이상의 배당금을 유지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회사는 2023년 실적이 역성장했으나 직원 수당을 삭감하고 배당금을 확대한 전력이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적자면 배당을 줄이고 성장에 초점을 둬야 하는데 이익에 초점을 맞추면 장기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고배당 기조 유지 여부에 대해 “나중에 주총이나 이사회를 열어 (거기서) 확정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예상은 하고 있지만 말씀드리기 그런(어려운) 상황이다. 웬만하면 이익 나는 대로 하려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확답을 피했다. 그는 또한 “재무활동에는 고배당 기조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영업은 이익이 나야 배당을 해드릴 수 있으니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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