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수함 '맏형' 장보고함 마지막 항해…'핵잠' 뒤잇는다
34년 해양수호 대장정 마무리…첫 항해 맡았던 초대함장 등 인수요원 함께해
2025-11-19 14:44:22 2025-11-19 18:50:09
해군의 잠수함 시대를 연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이 19일 오후 마지막 항해를 위해 진해군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해군)
해군 최초의 잠수함 장보고함이 마지막 항해를 앞두고 진해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다. (사진=해군)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한국 해군의 잠수함 시대를 연 209급(1200톤급) 잠수함 1번함 장보고함이 34년간의 해양주권 수호 임무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올해부터 2030년대 중반까지 같은 급의 잠수함이 순차적으로 모두 퇴역하고 나면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이 그 뒤를 이어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해군은 19일 "올 연말 퇴역을 앞두고 있는 장보고함이 오늘 오후 마지막 항해를 했다"며 "장보고함은 진해기지를 출항해 약 2시간의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복귀했다"고 밝혔습니다.
 
해군은 "장보고함의 마지막 항해에는 장보고함의 첫 항해를 맡았던 초대함장 안병구 예비역 해군 준장과 당시 무장관, 주임원사 등 인수 요원 4명이 함께했다"며 "장보고함이 마지막 항해를 무사히 마치고 부두에 홋줄을 걸며 '입항'을 알리는 방송을 하자, 진해기지에 정박 중인 모든 잠수함이 기적을 울리며 '맏형'의 마지막 항해와 명예로운 은퇴를 축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해군은 "첫 항해를 담당했던 인수 요원이 마지막 항해를 함께한 것은 '장보고함의 발전이 대한민국 잠수함 부대의 발전'이라는 신념으로 한국 잠수함 역사를 개척한 장보고함 초대함장과 인수 요원이 마지막 장보고함 승조 장병들과 함께 장보고함과의 작별을 고하고, 34년간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헌신한 장보고함의 마지막 임무를 더욱 의미 있게 완수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군 잠수함의 맏형격인 장보고함은 독일에서 건조해 들여온 잠수함입니다. 1988년 독일 HDW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해 1991년 진수했습니다. 당시 해군은 함정 인수요원, 정비요원, 감독관 등 100여명의 장병과 관계자를 1990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파견해 장보고함의 건조과정에 참여했습니다.
 
1992년 8월 부대 창설 후 그해 10월 독일에서 장보고함을 인수했습니다. 1993년 4월에는 도크선에 탑재된 상태로 독일을 출발해 같은 해 5월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해군은 미지의 영역인 수중을 개척할 첫 잠수함의 함명을 통일신라시대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양을 개척했던 장보고 대사의 이름을 따서 ‘장보고함’으로 명명했고, 함정번호로 'SS-061'을 부여했습니다. 장보고함은 1992년부터 이날까지 지구 둘레 15바퀴가 넘는 약 34만2000마일(약 63만3000㎞)을 안전하게 항해하며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특히 독일에서 진행된 장보고함 건조과정에 참여했던 해군 관계자들은 2번함인 이천함부터 마지막 9번함인 이억기함까지 대우조선(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 진행된 같은 급 잠수함 건조 성공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은 잠수함의 설계부터 건조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3000톤급 한국형 잠수함을 개발해 전력화할 수 있었습니다.
 
해군잠수함사령부는 이날 장보고함 입항에 맞춰 장보고함의 안전 항해와 임무 완수를 기념하고, 세대를 잇는 잠수함 정신 계승과 1번 잠수함의 유산을 되새기기 위한 행사도 개최했습니다.
 
부대원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초대함장인 안 예비역 준장과 마지막 함장인 이제권 소령은 마지막 항해에 사용한 태극기(항해기)에 서명을 했습니다.
 
안 예비역 준장은 "장보고함 도입 이전 수중은 우리 해군의 영역이 아니었다. 미지의 세계였던 대한민국의 바닷속을 개척한 '해양의 개척자' 장보고함의 처음과 마지막 항해를 함께해 영광이었다"며 "1990년대 초 독일에서 잠수함을 도입하고 운용기술을 배워왔던 우리 해군이 3000톤 이상의 잠수함을 운용하며,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디젤 잠수함 운용국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보며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령은 "장보고함은 최초의 국산 잠수함 도산안창호급 잠수함과 장영실함 도입, 국가전략부대 잠수함사령부 창설의 초석을 다진 잠수함부대의 꿈이자 도전의 상징이었다"며 "앞으로도 잠수함승조원 모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장보고함의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은밀하게 가장 강력한 무기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침묵의 수호자로서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편, 장보고함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10년여에 걸펴 순차적으로 209급 잠수함 9척이 모두 퇴역을 하게 됩니다. 그 뒤를 이어 새로 건조되는 한국형 잠수함이 해양주권 수호 임무를 이어가게 됩니다. 특히 도산안창호함급(3000톤급) 잠수함 3척과 장영실함급(3600톤급) 잠수함 3척은 이미 건조됐거나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후 장보고-Ⅲ 배치-Ⅲ 사업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건조할 잠수함은 최근 한·미 정상이 결정한 핵추진잠수함이 될 전망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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