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오락가락 정책에 은행 ELS 판매 재개 지연
2025-11-19 13:50:22 2025-11-19 14:00:02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은행권의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재개 일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홍콩 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은행의 일반 예·적금 창구가 아닌 거점 점포에서만 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하도록 방침을 내놨는데요. 홍콩 ESL 사태 관련 제재가 미뤄지고 있는 데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상품 설계·판매 단계의 소비자 보호 장치를 재점검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판매 재개 시점을 가늠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고난도 상품 판매' 해 넘길 듯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ELS 등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관련 규제 불확실성이 여전해 판매 재개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홍콩 ELS 사태는 은행권의 고위험 상품 불완전판매로 인해 대규모 소비자가 손실을 본 사건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ELS 판매액은 총 15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 대부분은 ELS 손실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1월 이후 ELS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앞서 당국은 지난 2월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고난도 금융상품을 일반 예·적금 창구가 아닌 거점 점포에서만 판매하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거점 점포는 영업점 내 전용 상담실을 갖춰야 하고 ELS 전담 판매 직원을 둬야 한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ELS 판매 가이드라인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은행권에서도 ELS 판매 시기를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당초 은행들은 3분기 중 판매 재개를 목표로 거점 점포 선정과 판매 가이드라인, 영업 전략 등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이달 중으로 나오더라도 실제 판매 재개는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른 점포 선정과 전산 시스템 정비, 직원 교육 등까지 포함하면 물리적인 준비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취임 이후 줄곧 홍콩 ELS 사태를 언급하며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는 것도 부담입니다. 이 원장은 "금융사는 상품 개발 초기부터 위험 구조를 자세히 검토하는 내부통제 절차를 구축하고 판매사는 소비자 관점에서 위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며 강조했습니다. 금감원은 현재 금융상품의 설계·판매 등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판매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으로 가이드라인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나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전국 은행 점포 수는 3750개입니다. NH농협은행이 1064개로 가장 많고 KB국민은행 773개, 우리은행이 656개, 신한은행 650개, 하나은행은 607개 순입니다.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할 있는 점포 비중을 30%까지 제한할 경우 전국 5대 은행의 점포 중 약 1100곳에서 ELS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상품 설계 단계부터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회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 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판매 규제 불확실성 '발목'
 
이 원장의 발언으로 은행권 ELS 판매 재개 움직임이 지연되거나 움츠러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기조 속에서 은행들이 하루빨리 ELS를 판매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강화된 소비자 보호 방침을 지켜본 후 다시 규모와 시기를 조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원장의 발언으로 ELS 판매 재개에 혹여 영향을 미쳐 가이드라인이 바뀌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홍콩 ELS 사태 관련 은행권 제재가 미뤄지는 것도 판매 재개 지연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당초 금융권에선 이달 중 제재심에서 과징금 부과 안건을 상정하고, 내년 초 금융위 정례 회의에서 최종 과징금 규모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과징금 부과 기준을 담은 규정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아 제재 절차가 미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증시 호황에 힘입어 국내 ELS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ELS 판매가 재개되면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은 원금을 보장하는 지수연동예금(ELD)과 방카슈랑스 상품을 확대하며 비이자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ELS 판매 중단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ELS는 ELD아 달리 판매에 따른 선취 보수를 받는 데다 ELS 가입 금액이 크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기 좋은 상품입니다. 
 
은행권은 사실상 내년 초 ELS 판매 재개를 목표로 두고 철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강화 대책에 따라 관련 규정이 변경되면 내년 상반기에나 다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판매사에 요구하는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먼저 점검한 후 당국에 보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판매 준칙 개정, 거점 점포 공사와 인력 배치 등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은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관련 규제 불확실성이 심각해 판매 재개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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