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고 ‘여파’…금융지주 계열사 정보 공유 ‘하세월'
2025-11-13 14:15:16 2025-11-13 16:15:39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통신사·카드사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면서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고객 정보 공유 제한 완화도 요원해졌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금융사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했으나, 정보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추진 동력을 찾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슈퍼 앱과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규제에 발목 잡힌 신사업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증권·카드 등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고객의 사전 동의 없이 정보를 공유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없습니다. '고객에게 상품·서비스를 소개하거나 구매를 권유하는 업무가 아닌 경우'에 한해 금융계열사 간 정보 공유가 가능합니다.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정보 공유가 제한되는 것입니다. 
 
현재의 정보 공유 규제는 지난 2013년 카드사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 이후 마련됐습니다. 당시 검찰은 3개 카드사의 개인정보 약 1억건이 외부 파견 직원을 통해 유출됐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듬해인 2014년 금융지주사에서 영업 목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없도록 규제가 강화됐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이후 가상자산업 진출 허용, 비금융 서비스 확대 등과 함께 계열사 간 협업을 확대하기 위한 정보 공유 범위 확대를 지속적으로 건의해왔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법 개정이 검토되기는 했으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권이 교체되면서 흐지부지됐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고객 정보 공유 규제의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법안 발의를 준비했었으나 여러 지적 사항을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 들어서도 금융사 규제 완화 차원에서 금융권 의견을 취합했지만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지는 등 대내외 여건이 뒷받쳐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올 들어 통신사와 카드사에서는 고객 정보가 유출된 해킹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롯데카드에서는 전체 회원의 3분의1에 달하는 297만명의 정보, 무려 20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가 통째로 털렸습나다. 고객 개인정보뿐 아니라 일부 카드번호, CVC번호까지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동통신 3사가 연이어 해킹 사고에 휘말리면서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고객 정보 유출 사고의 원인은 외부 공격 또는 일부 직원의 일탈에 따른 것"이라며 "계열사 정보 공유로 인해 정보 유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정보 공유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앞서 지난 정부에서도 '금융지주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 공유 확대를 검토한 바 있습니다. 다만 금융지주사법 개정은 국회가 진행할 사안이라 중장기적 과제로 남겨뒀으며, 감독규정 차원에서 보고 의무 완화 등의 제한적 규제 완화만 추진했습니다. 
 
카드사와 통신사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지주사의 고객 정보 공유 규제 완화도 요원해졌다. 서울 중구 롯데카드센터에 고객 보호 조치 사항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핀테크 인수 시너지 '글쎄'
 
고객 정보 공유 완화의 주요 명분은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소비자 편익 개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가계대출을 강하게 옥죄면서 대출금리 인하 명분이 퇴색된 측면도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 등 가격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편익이 가는 것보다는 금융사별 자기만의 영역에서 이익을 추구하며 소비자에 이득이 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지주사 경쟁력 활성화를 위해 그나마 추진하고 있는 부분이 핀테크 지분 확대입니다. 그동안에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 등에 따라 금융지주사가 핀테크사 지분을 일정 규모 이상 소유할 수 없지만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생산적 금융 확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전향적인 금융 규제 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지주들은 계열사 간 고객 정보 활용이 어려워 고객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의 'KB스타뱅킹', 신한금융지주의 '신한 슈퍼SOL',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원큐', 우리금융지주의 '우리WON뱅킹' 등 슈퍼 앱을 가동 중입니다. 
 
고객 정보를 계열사 간에 공유할 수 있으면 계열사 정보를 슈퍼앱에서 모아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다는 것이 금융지주들의 설명입니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카드를 자주 쓰는 고객에게는 실손보험을, 해외 결제를 많이 하는 고객에게는 여행자보험을, 예금 자산이 많은 고객에게는 금융투자상품을 추천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같은 상품 추천이 불가능합니다. 고객 동의를 받으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지만 계열사마다 동의를 받아야 하는 까닭에 현실적으로는 활용이 쉽지 않습니다. 금융사들이 슈퍼앱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단순한 이체·계좌 조회 서비스 외에 확장된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개인 정보 보안의 중요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금융그룹의 시너지를 높이고 고객 편의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고객이 거부하면 정보를 공유할 수 없도록 '정보 공유 거부권'을 보장하고, 정보 유출 사고 발생시 징벌적 과징금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개인정보 활용 여부와 범위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은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보 공유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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