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호 금감원, 인사 독립 시동
2025-11-12 16:23:07 2025-11-12 16:33:08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이 조만간 소비자 보호 관련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할 예정입니다. 이찬진 금감원장 취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가 금감원 고위직으로 내려오는 관행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이번 인사가 금감원 독립성 확보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에 좌지우지 안 돼"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금감원 국장, 팀장, 수석 등과 잇달아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원장이 앞으로 조직개편과 인사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직원들도 여러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직원들은 금융위 고위직 인사에 따라 수석부원장 등 금감원 임원 인사가 영향을 받는 것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간 금감원의 '2인자'격인 수석부원장은 금융위 출신 인사가 맡아왔습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금감원으로 분리된 이후 두 기관은 갈등을 반복했는데, 금융위 출신의 고위급 인사가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내려와 두 기관의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한 관계자는 "금융위 인사에 따라 금감원이 수석부원장을 받는다고 하면, (금감원이) 금융위 관리를 받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이 원장도 직원들 의견에 수긍하는 분위기"라며 "이 원장 취임 이후 금융위 인사가 수석부원장으로 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가 수그러들었는데, 이 원장이 거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말 금융위 1급인사가 단행되면서 금감원 임원 인사도 임박해졌습니다. 이형주 전 금융위 상임위원이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으로, 안창국 전 금융산업국장이 상임위원으로, 박민우 전 자본시장국장이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각각 승진하면서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 유임설에 힘이 실린 상태입니다. 
 
내부 승진설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 신설 방침 등으로 금감원이 위기에 처하면서 조직원 사기가 저하된 만큼 내부 승진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사실 수석부원장 자리는 법적으로 공식화된 직제가 아닙니다. 금감원 조직관리규정상 원장이 업무 상황에 따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는 금융위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금감원은 인사와 예산 등에 있어 금융위 통제를 받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조직개편을 비롯해 일부 임원의 잔류 여부도 금융위와 사전 조율한다"며 "과거에도 개혁 성향의 금감원장 인사 방침에 금융위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임원 인사가 지체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곧 첫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소비자보호 관련 조직개편과 맞물려 인사 방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10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이억원(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조직개편 후 인사 순차 진행
 
과거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맡았던 금융 관료들의 이후 행보를 보면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하거나 금융위 산하 기관 또는 유관기관 수장 등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수석부원장이 금융위 고위 관료가 거쳐가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금감원 내 입지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지난 8월 금소원 분리·신설과 공공기관 지정 방침으로 금감원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말해 직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내부에서는 "수석부원장이 할 이야기냐", "본인 자리가 위태로우니 그러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현재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조직 재설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소비자보호 총괄본부로 격상하고, 금소처 산하의 분쟁조정국을 은행·중소금융·금융투자·보험 등 각 권역의 본부에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각 본부가 동일 임원 아래서 '민원·분쟁-상품심사-감독·검사'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강화 태스크포스(TF)를 확대 개편한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이 출범해 단장을 부원장에서 수석부원장으로 높이고, 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보험사기 등 민생 침해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조직을 보강한 '민생범죄대응총괄단'을 가동합니다. 또 금감원장 직속 자문기구로 외부 전문가 등인 참여하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해 중요한 제도 개선이나 검사 사항을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철저히 챙기기로 했습니다.
 
금감원은 일단 이 같은 조직개편 완료 시점을 오는 12월로 공표했습니다. 이는 실제 가동 시점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달 중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 내부 의견 수렴 후 부서 간 업무 조정, 금융위원회와의 협의 등을 거쳐야 하는데 금감원은 이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장 권한으로 부원장 산하 조직을 개편할 수 있으며 임원 인사는 별도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다만 국장급 이하 정기 인사는 조직개편이 확정된 뒤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 관련 조직개편 이후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관계 설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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