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방산 사업 수주 가능성이 공식화되면서 K-방산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글로벌 방산 4대 강국’ 전략이 중동에서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방문지인 이집트에서도 한국산 무기 협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중에서 플레어(Flare)를 발사하고 있는 KF-21. (사진=뉴시스)
19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아부다비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완성형 가치사슬 협력 모델 구축으로 150억달러 이상의 방산 프로젝트에서 우리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AE를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선언문에는 “양국은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공동개발, 기술협력, 현지생산 등 더 높은 수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번 공동선언문은 양국이 단순한 무기 거래 관계를 넘어 다각도의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강훈식 실장은 이러한 모델이 한국 기업을 UAE 방산 사업의 ‘공식 파트너’로 격상시키고, 나아가 제3국 공동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그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분야가 국방”이라고 밝힌 점도 양국이 기존 구매·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 ‘방산 파트너십’으로 방향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대통령이 방산을 외교와 산업의 양축으로 강조해온 데는 자주국방 기반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목표 때문입니다. 대선 시절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설치를 공약하며 “방산은 안보이자 경제”라고 규정했고, 취임 이후 “방산은 미래 경제 전장의 승패를 가를 핵심 산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방산 산업이 전통 무기 중심에서 AI 기반 지능형 전장 체계로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UAE는 지상·항공 전력 상당 부분이 노후화돼 대규모 교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UAE의 무기체계 중 전차 390여대, 전투기 60여대, 자주포 80여대 등이 교체 대상이며, 특히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UAE가 추진 중인 MRO(정비) 허브 전략과 한국의 역량이 맞아 떨어지면서 K-방산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박 3일간의 UAE 순방 이후에는 다음 방문지인 이집트로 시선이 쏠립니다. 이집트는 중동·북아프리카에서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로, K9 자주포·FA-50 경공격기·L-SAM·천궁-II 등 여러 한국산 무기 체계를 도입하거나 검토해온 바 있습니다. 특히 이집트는 조립·공동생산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선호하는 만큼, 한국이 제안할 수 있는 ‘현지 생산·기술 이전·제3국 공동 수출’ 모델이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간 162개 국가가 한국 무기를 수입하는 가운데 중동은 27%를 차지하는 지역”이라며 “미국의 개입이 점차 축소되는 데다 무기 현대화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에도 높은 수준의 수요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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