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 예상했나' 20대 미장 사랑…"한국 주식, 못 믿어"
주식투자 20대 직장인10명·학생 10명 인터뷰
미국 주식 투자자…"국장은 장기투자에 부적합"
"내집 마련·자산 증식 위해 빚투 감행하기도"
전문가들 "코스피 수익률 나아진다면 20대 투자자 돌아올 것"
2025-11-06 17:38:04 2025-11-06 18:39:10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 5000 달성'을 목표로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선 등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를 극복하기 위한 작업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주식 선호 현상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20대들은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20대의 역할은 최근 몇 년간의 투자 트렌드를 볼 때 시장 참여의 확대와 미래 잠재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이후의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 열풍 속에서 20대는 단순히 '소액투자자'를 넘어선 중요한 플레이어로 부상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주식시장의 미래 주요 투자자이자 주요 경제 주체로 떠오를 20대의 주식투자 현황에 대해 설문했습니다. 자산증식을 위해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는 20대 20명(직장인 10명·대학생 10명)을 대상으로 주식투자 계기과 국내 주식 및 미국 주식에 대한 평가, 앞으로 계획 등을 대면 및 전화 인터뷰했습니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김완렬·정애경 인턴기자] "미장(미국 주식시장)에서 벌고 국장(국내 주식시장)에서 잃는 거 아닌가요. 국장은 전혀 관련 없는 종목이 뜨거나 이상한 이유로 오르는 경우가 많아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올해로 23세인 직장인 오모씨는 주식투자가 자산 축적의 주요한 수단이라 생각하지만 "트럼프한테 준 펜이 모나미로 알려져서 주가가 올랐는데, 알고 보니 모나미펜이 아니었잖냐"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자산 형성을 위해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20대가 늘고 있지만 국장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주식 시장은 기업 펀더멘털에 기반한 주가 상승이 아닌 정부의 인위적 부양의 성격이 강한 데다, 변동성이 커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20대가 많았습니다. 
 
반면 미국 주식은 오래 갖고 있으면 자산 축적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에 비해 수익률 측면에서 부진했던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가 해소되고, 코스피 수익률이 개선된다면 20대 투자자도 국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6일 뉴스토마토가 주식투자를 하는 20대 20명을 대면 및 전화 인터뷰한 결과, 20명 가운데 국내 주식을 거래하는 비율은 30%(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명 가운데서도 미국 주식과 투자를 병행하다고 답한 이는 3명이었습니다. 20명 가운데 대부분인 17명이 주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자산 증식 위해서라면 빚투도 감행
 
오 씨는 테슬라 2배 레버리지, 이더리움 등과 함께 미국의 주요 상장지수펀드(ETF)투자도 겸하고 있습니다. 그는 "주식투자는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라 "현재는 자산 대비 30%가량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점차 50%까지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주식  보유 계획은 없습니다. 
 
2022년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25세 학생 노모씨는 200만원으로 국내 주식 투자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미국 주식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노 씨는 "미국 주식은 기다리면 어느 정도 상승하는 느낌인데, 한국 주식은 왔다갔다만 하는 것 같다"며 "나중에 직장인이 되어도 오래 투자하고 싶은 미국 ETF 종목을 찾아서 장기투자하겠다"고 전했습니다. 
 
26세 직장인 박모씨는 3000만원가량의 신용대출을 통해 미국 계절성 ETF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는 "소득이 생기자마자 대출을 받아 코인과 달러, 선물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했다"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근로소득으로는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아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배모씨 역시 2000여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아 "한국 주식보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율이 높은 미국 주식을 주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장 급등에도 미국 주식 결제대금 고공행진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코스피 5000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코스피가 급등하는데도 불구, 20대를 비롯한 한국인의 미국 주식 사랑은 여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와 메리츠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주식 거래대금은 840억달러(약121조3000억원)로 전월 대비 56% 증가했습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최대치입니다. 이는 3분기 평균 497억달러(약71조8900억원)보다 70%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해외주식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11월과 12월 2개월간 평균치인 673억달러(약97조2200억원)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 1월 취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시킨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올해 1분기 미국 주요 증시가 약세를 기록했음에도, 1분기 미국 주식 순매수금액은 109억달러(약15조7700억원)에 달했습니다. 예탁원이 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스닥 등 주요 미국 증시가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4월에도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37억536만달러(5조4300억원)나 순매수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로 국내 주식을 소유하는 20대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예탁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에는 전체 개인 주식 소유자 가운데 20대 비율은 14.9%(204만명)에 달했으나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각각 12.7%, 11.0%, 9.8%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까지 포함해 개인이 소유하는 주식 가운데 20대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2.20%, 1.90%, 1.70%, 1.60%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실적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변동성 커"
 
2주 전 토스증권 계좌를 만들어 미국 주식서 인공지능(AI) 관련 전력주와 양자컴퓨터 주에 자동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다는 28세 이호성씨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경기 자체는 안 좋은 것 같은데 코스피가 오르는 게 거품 같기도 하고, 언제든지 확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무래도 위험성이 적은 종목에만 투자하려다 보니 국장은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2020년부터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24세 대학생 김모씨는 "초반에는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다가 지금은 급등주 위주의 단타를 하고 있다"면서도 "더 이상 한국 주식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한국 주식 시장은)실적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대주주에 의해 흔들리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고모씨는 "국내 주식은 거래량이 작은 기업들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증시에 비해 거래량이 적다"면서 "외국인, 기관에 따른 변동성이 너무 커 국내 주식에 투자할 생각이 들지 않고, 믿음이 안 생긴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주식에 기대를 거는 이도 소수 있었습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26세 이강씨는 대학교 1학년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해 국장 위주의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어제 코스피가 3900선까지 떨어진 것처럼 여전히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버블이다, 구조적 개선의 결과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면 국장에서 자산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산 증식 기회 뺏긴 20대, 수익률 따라 미장 선택"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그간 코스피가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가져다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 접근성이 높아진 점도 청년들의 미국주식 증가 배경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은 높은 수익,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보는 것 같다"면서 "한국에 비해서 미국 상장 기업이 주주 친화적이기 때문에 소액투자자 입장에서는 좀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교수는 "환율 효과 등을 고려하면 해외주식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일 수 있다"면서 "최근 10년 이상 한국 주식시장의 수익률의 성과가 좋지 않아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그래도 집값 상승으로 재미를 봤고 자산 증식을 경험해봤지만 젊은 세대는 집을 일단 못 사서, 주식이나 코인 같은 대체 투자재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20대들은 국적을 상관하지 않고 수익률만 따져셔 전 세계를 갈 것이기 때문에 이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불식이 되고 한국이 유리하다고 본다면 다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냉소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1차와 2차 상법 개정을 거치면서 시장의 냉소가 호기심으로 바뀌었고 반응이 나오며 지수가 올랐다. 3차 상법 개정 등의 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일관되게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라 기자·김완렬·정애경 인턴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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