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거둔 집주인…서울 아파트 거래 '잠잠'
매도·매수자 관망세…'학습 효과'에 집값은 요지부동
2025-11-06 14:58:51 2025-11-06 16:43:12
[뉴스토마토 홍연·김하영 기자]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 거래 절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전역이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고,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지는 양상입니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 11만9110건에서 이날 10만8970건으로 8.6%가 줄었습니다. 구별로 살펴보면 강서구는 매물이 5181건에서 4038건으로 22.1% 급감해 가장 큰 감소율을 나타냈습니다. 이어 △강서구(-22.1%) △동대문구(-21.9%) △성북구(21.1%) △동작구(-18.9%) △노원구(-16.5%) △양천구(-14.7%) △서대문구(-14.3%) 등 순이었습니다.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된 곳으로, 지정 전과 비교해 10% 넘게 급감했습니다. 반면 대책 전부터 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은 △강남구(-3.2%) △서초구(-4.1%) △용산구(-0.3%) 등으로 감소 폭이 적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에 토허제로 묶이면서 실거주가 필수가 돼 매물이 거의 안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 저가였던 동네가 규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가만히 둬도 가격이 다 올라가게 생겼는데 누가 팔겠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집값은 무조건 오를 것이라 지금 사면 좋겠지만 매물 자체를 구하기 어렵고, 매매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오래된 대단지여도 최소 7억7000만~8억원은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거래량도 급감했는데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1만1259건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는 10월 들어선 6772건으로 40%가량 낮아졌습니다. 
 
(표=뉴스토마토)
 
강남 3구 신고가 잇따라…'집값 오른다' 전망 우세 
 
매물은 줄어들고 있지만 집값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선호 지역에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이미 '학습 효과'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더 큽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으로 우량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시장에 유동성도 풍부한 상황이라 호가를 내려서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죠. 실제로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59㎡는 지난 4일 직전 매매가보다 3억원 넘게 오른 31억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습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76㎡는 지난달 30일 36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고강도 수요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 집값 상승 전망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부동산R114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주택 매매가격에 대해 '상승할 것'이란 응답이 52%로 조사됐으며, '하락' 전망은 14%에 그쳤습니다. 상승 전망이 절반을 넘긴 것은 2021년 하반기 전망 조사(62%) 이후 5년 만인데요. 주택 매매가격 상승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35.37%로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잠실 주변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집을 매수하려는 수요도 아직 우위에 있는데요.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수급 동향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3.2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직전 주(105.4) 대비 2.2포인트 내렸으나 2021년 집값 급등기 수준에 임박한 수치입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수치화한 지표로, 100 이상이면 수요 우위를 뜻합니다. 
 
전문가들은 거래 절벽의 원인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동결 효과'와 전세 끼고 거래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를 공통으로 꼽았습니다. 동시에 풍부한 유동성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호가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규제가 나오면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관망하는 매수자와 토허제 지정으로 전세 낀 집을 파는 게 원활하지 않은 매도자가 맞물려 거래 절벽이 나타났다"며 "금리 인하와 똘똘한 한 채 현상,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월세 낀 매물은 토허제로 거래가 안 돼 계속 내버려둘 경우 허위매물로 신고 당해 거둬들이는 사례도 있다"면서 "1주택자들도 집을 팔고 옮겨 가는 게 어려워져 서울 매물이 줄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줄고 금리는 내려갈 가능성이 있어 선호 지역 집주인들은 집값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로 거래 가능한 물량 자체가 축소되면서 물건의 희소성이 커졌다"며 "수요가 10% 줄었다면 토허제로 공급은 30% 이상 줄어 공급 축소가 수요 축소보다 커 가격 희소성을 키우는 구조가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30억짜리 집을 팔면 거래비용 빼고 25억으로 (새 집을) 재취득해야 하는데 대출도 줄고 거래할 물건도 없어 보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규제 끼고 거래가 안 되니 집주인들도 안 내놓는 거래 빙하기"라며 "시중에 풀린 돈이 4000조원을 넘어는 등 유동성 증가와 공급 부족 불안감이 맞물려 가격이 안 빠지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홍연·김하영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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