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가 '꾸준한 현금 흐름'과 '월 배당'을 앞세워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상품은 기초자산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아닌 옵션 매도 프리미엄 등을 통해 분배금을 지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겉으로는 매월 현금이 지급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투자자의 원금이 줄어드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특히 총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밑돌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한 ETF에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투자자들이 '배당'이라는 단어에 현혹돼 구조적 리스크를 간과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25일 자산운용업계와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고배당 ETF 시장에는 약 2조2500억원이 새롭게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들이 배당을 받아 생활비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부가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을 추진하자 자산운용사들은 경쟁적으로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배당 관련 ETF는 4개입니다. 지난 2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KIWOOM 한국고배당&미국AI테크’'를 상장한 이후 16일 한화자산운용의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23일 신한자산운용의 'SOL 코리아고배당'과 'KIWOOM 미국고배당&AI테크' ETF가 잇따라 출시됐습니다. 이달 신규 상장된 ETF 17종 가운데 23.5%가 배당 테마 ETF로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시장의 무게 중심이 '배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부 월배당 ETF는 높은 분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에서 벌어들인 수익만으로는 분배금을 충당하지 못하고, 자산 매도나 옵션 매도 프리미엄 등을 활용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러한 운용 방식은 투자자가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원금이 잠식될 위험을 키우며 실제로 동일 운용사의 일반 ETF보다 총수익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사례도 확인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9월 운용 성과를 비교하면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더욱 뚜렷해집니다. 코스콤 ETF CHECK와 각 운용사 홈페이지 자료를 종합하면 한화자산운용의 'PLUS 고배당주 위클리커버드콜 ETF' 총수익률(NAV+분배금 기준)은 15.7%로 같은 운용사의 일반 상품인 ‘PLUS 고배당주 ETF’(41.8%)와 약 26.1%포인트 격차를 보였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타겟위클리커버드콜 ETF' 역시 40.9%로, 단순 지수 추종 ETF(53.6%) 대비 12.7%포인트 낮았습니다.
다만 운용사 측은 수익률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상품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PLUS 고배당주 위클리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인 'PLUS 고배당주 ETF'를 매수하고 코스피200 옵션을 매도하는 구조이며 분배금은 주식 배당과 옵션 매도 프리미엄을 재원으로 지급한다"며 "커버드콜 ETF는 본질적으로 옵션 매도 대가를 확보하는 대신 상승장에서 일부 수익을 포기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지수 추종 ETF나 일반 배당 ETF보다 수익률이 낮아 보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커버드콜 ETF는 기본적으로 기초지수를 100% 추종할 수 없는 구조"라며 "옵션 매도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목표 분배율을 맞추지만 상승장에서 코스피200 같은 지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상품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분배율이 높아질 경우 일부가 원금에서 지급되는 구조는 나타날 수 있다"며 "투자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원금이 잠식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커버드콜 ETF는 본질적으로 기초자산 상승분 일부를 포기하는 구조인 만큼 분배율만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기보다 총수익률과 운용 전략, 기초자산 구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전직 운용사 임원도 "배당은 사실상 자금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이며 ETF 구조 자체가 투자자 이익보다 운용사 수익 확보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며 "높은 분배율만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릴 경우 장기적으로 원금이 줄어드는 구조적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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