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 억류 사태로 대미 투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 관세 협상 결과, 3500억달러(한화 약 486조원) 규모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구금 사태를 통해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다시 강조,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국익에 반하는 이면 합의 등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동시에 일본과는 투트랙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비자 문제로 미국 외교 또다시 '시험대'
이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 기자회견에서 "외교 협상은 얘기 못 할 부분도 많고 완결된 게 아니라 과정이 오가는 얘기를 하는 것도 약간 부적절하고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과는 현재 있는 상태대로다"라며 "앞으로도 넘어가야 할 고개가 퇴임하는 순간까지 수없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치를 지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는데요. 그는 "분명한 건 저는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미 투자에 관해선 "대미 직접투자에 상당히 영향 미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인 '비자' 문제 해결이 필요하단 겁니다. 이 대통령은 "대미 투자와 관계된 비자를 발급해 정상적으로 운영해달라거나 TO(정원)를 확보하든지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달라는 협상도 하고 있다"며 "미국도 필요가 있으면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까 싶지만 현 상태라면 미국 직접투자는 우리 기업들로선 매우 망설여질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앞서 3500억달러 투자가 결정된 결정적 배경은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에 대해 미국에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일본과 관계 어려워…그래도 기존 그대로"
하지만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4일(이하 현지시간) 우리 국민 300여명과 노동자 등 총 475명을 체포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미국에 구금됐던 국민 300여명도 오는 10일 출발이 예정돼 있었는데요. 급작스레 귀국이 불발됐습니다. 이송 방식과 수갑 착용 등을 놓고 한국과 미 당국의 대립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설득하는 등 총력전을 펼친 끝에, 11일 귀국길에 오르게 됐습니다.
해당 문제로 대미 투자 타격이 불가피해진 셈입니다. 특히 이번에 비자 쿼터 확대 또는 비자 문제 해결이 불발되면 앞으로 구금 사태가 재발될 우려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관세 협의 명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미국에) 얻으러 간 게 아니다"며 "(미국의) 관세 증액에 우리는 최대한 방어를 하러 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 관계가 다소 긴장된 상태로 유지될 전망인데요. 이 대통령의 외교력이 재차 시험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일본과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임 결정에도 기존의 투트랙 전략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일본과 관계는 대북 관계만큼 어려운 거 같다"면서도 "(일본과는) 어려운 주제 말고 협력하거나, 서로 지지하고 함께할 일이 또 많다"며 "(일본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떻게 하겠느냐. 이시바 총리보다 더 힘들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 같은데 그건 일본 내부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신임 일본 총리 선출에 맞춰 우리의 기본적 원칙, 투트랙 전략에 따라서 협력할 건 협력하고, 따질 건 따지고, 규명할 건 규명해 나가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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