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출범 100일)소비심리 불씨 살렸지만…'0%대' 참담한 성적표
국정 무게중심 '경제·성장'…적극적 재정정책 주문
돈 풀어 경기 부양…소비쿠폰 지급·AI 등 대폭 투자
'확장 재정' 뒤엔 나랏빚…재정건전성·구조개혁 '숙제'
2025-09-09 17:08:33 2025-09-09 18:55:0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100일간 '실용적 시장주의'를 전면에 내걸며 국정의 무게중심이 '경제'와 '성장'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특유의 속도전으로 재정을 풀어 민생 살리기에 주력했고, 경기 대응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소비심리는 7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2분기 성장은 역성장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0%대 저성장의 흐름을 막진 못했습니다. 간신히 소비심리 불씨를 살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장기간 부진의 늪에 빠진 건설 경기 등이 발목을 잡아 취임 첫해 성장률 0%대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확장 재정 기조에 따른 재정건전성 고민, 구조개혁 추진, 성장 동력 발굴 등도 이재명정부가 풀어 나가야 할 '경제 숙제'로 꼽힙니다. 
 
돈 풀어 소비심리 회복…역성장에서 벗어난 2분기 성장
 
이 대통령의 취임 첫날 1호 행정명령은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신설 지시였습니다. 대선 기간 강조해온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의 신속한 이행이라는 평가지만, 그만큼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보여줬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4일 저녁 7시30분부터 2시간가량 주재한 '비상경제점검 TF' 회의에서 전임 정부 차관과 정책 실무자들에게 추경 편성을 위한 재정 여력과 경기 진작 효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고 "적극적인 경기 민생 진작 대응과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습니다. 
 
당시 한국 경제는 1분기 성장률이 -0.2%(전분기 대비)로 곤두박질치면서 역성장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내수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생산·소비·투자 모두 먹구름이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초절정에 이르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선에도 불안감이 가득했습니다. 말 그대로 '내우외환' 상황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확장 재정' 기조를 전면에 내걸고 경기 부양에 공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재정이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이라고 강조하며 적극적 재정정책을 주문했습니다. 정부는 출범 직후 31조8000억원의 2차 추경을 편성하고 신속한 예산 집행에 나섰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7월부터 국민 1인당 15만~55만원의 지급을 시작했습니다. 
 
적극적 재정정책 덕분에 2분기 들어 국내 소비심리는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소비는 2년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늘었고,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1.4로 2018년 1월(111.6) 이후 7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2분기 국내 실질총생산(GDP) 성장률은 0.7%로 반등했습니다. 
 
한은은 소비심리 개선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끌어올렸습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8%에서 0.9%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0.1%포인트의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45조 풀어도 '0%대'…나랏빚은 '눈덩이'
 
하지만 소비심리 회복세에도 올해 우리나라는 0%대 저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1차 추경 13조8000억원, 2차 추경 31조8000억원 등 총 45조6000억원 규모의 재정 투입에도 이재명정부 첫해 받아들일 성장률 성적표는 '0%대'라는 의미입니다. 정부 안팎에선 연간 0.9% 달성도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연간 0.9% 성장을 기록하려면 하반기 성장률이 1%대 중반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는 판단이 뒤따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회성 현금 지원이 국민과 자영업자 등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소비심리 살리기엔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일회성이기 때문에 반짝 효과에 그치고 내수 침체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단기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보단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내년도 예산안도 역대 최대인 782조원으로 편성하면서 AI, 연구개발(R&D) 등의 투자를 대폭 늘렸습니다. 전 산업의 AI 대전환과 함께 100조원 규모 펀드 조성,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말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의 해법을 AI 투자에서 찾겠다는 구상입니다. 
 
문제는 재정입니다. 확장 재정의 그림자는 국가채무입니다. 정부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시 국가채무비율은 2025년 49.1%에서 2065년 156.3%로 치솟습니다. 최악의 경우 173.4%에 달합니다. 정부는 일본,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아직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증가 속도로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 미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 운용의 핵심은 세입인데, 세입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고민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재명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 속 재정건전성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저출생·초고령화라는 인구 변화와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이재명정부가 풀어 나가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빠른 고령화로 정부지출과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구조개혁에 대한 고민이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확장 재정의 필요성은 있지만 과도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한국은 인구 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으로 세금은 덜 걷히고 지출이 급증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의무 지출 등을 손보는 큰 그림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부채 관리는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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