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조선사에 몰렸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다시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미국이 기대했던 ‘중국산 선박 입항 수수료’ 효과는 사실상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부진을 컨테이너선으로 만회해 오던 국내 조선업계의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024년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이 최근 중국 다롄조선중공업(DSIC)에 최대 10척의 LNG 이중연료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DSIC는 세계 최대 조선 그룹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산하 조선소입니다.
이번 계약은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확정 물량과 4척의 옵션으로 구성돼 있으며, 인도 시기는 2027년에서 2028년 사이로 예상됩니다. CMA CGM은 앞서 최대 12척의 발주를 검토하면서 중국은 물론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조선사들에도 입찰 참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이번 계약 규모가 약 21억달러(약 2조9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스위스 MSC도 지난 7월 중 조선소 5곳에 2만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조선소에는 단 한 척도 발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국의 입항 수수료가 해운업계에 미치는 부담이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사들은 미 정부가 올해 10월부터 중국 소유 선박에 톤당 50달러, 중국산 선박에 톤당 18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이후 추가 수주 기대감을 키워왔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최종적으로 중국산 선박에만 입항 수수료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기대했던 반사이익은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글로벌 해운사들이 보유 중인 중국산 선박을 미국 외 노선으로 돌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앞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중국이 CSSC 산하 자회사를 합병하면서 세계 최대 조선사로 재편된 데다,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인 LNG 운반선 발주가 줄면서, 이를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로 메워왔던 국내 조선사들이 이런 흐름을 이어가기는 점점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입항 수수료가 기대만큼 반사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을 유지하며, 이를 따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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