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 시나리오는 '남·북·미 판문점' 회담
10월 APEC 정상회의 계기로 북·미 대화 가능성↑
경주보단 판문점 거론…'남·북·미 3자 회동' 가능성도
2025-08-27 17:23:11 2025-08-27 20:04:36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미 정상이 북·미 대화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밝히고, 북·미 대화에 적극적인 뜻을 내비치면서 양국 간 '제2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경호 등의 이유로 APEC 회의가 열리는 경주보단 판문점이 더 유력한 장소로 거론됩니다. 이럴 경우 문재인 대통령 시절 판문점에서 성사된 사상 첫 3자 회동도 거론되면서 6년 만에 '남·북·미 판문점 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입니다. 
 
이재명 "APEC서 김정은 만나자"…트럼프 "슬기로운 제안"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10월31일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제안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반도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점을 언급하며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주셔서 김정은과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태인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서 '피스 메이커(평화 중재자)'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보조자)'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고대한다"며 "그(김 위원장)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저는 아주 좋은 관계를 가졌고 지금도 그렇다"며 "올해 그(김정은)를 만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화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남북 문제와 관련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신은 내가 이전에 함께 일했던 다른 한국의 지도자들보다 그런 일을 할 의지가 더 강한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 무대로는 APEC 정상회의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그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난 갈 수 있다고 본다"며 "무역 회의(trade meeting)를 위해 곧 한국에 갈 것이다. 한국이 무역 회의를 주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회의에서 잠시 빠져나와서 (이) 대통령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 시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며 "한국과 관련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사람들을 만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역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APEC 정상회의에 초청하며 "김 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하자"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습니다. 이후 2018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19년 판문점 정상회담 재현?…6년 만에 남·북·미 회동 주목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단절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돌파구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을 초청하자는 카드는 꾸준히 거론돼왔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워싱턴 현지 브리핑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대화에 대해 "구상 단계의 초기"라며 "조금 더 상의하고 구체화시켜야 할 과제"라고 답했습니다. 강 대변인도 'APEC에 북한 초청을 추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온다면 김 위원장과 만나는 게 어떻겠느냐고 일종의 선후 관계가 있는 제안이었다"며 "아마 그 부분은 연동이 돼서 움직이지 않을까 예측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A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의장국 재량에 따라 비회원국으로 초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북한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도 추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다자회의에 참석한 전례가 없는 데다, 직접 휴전선 이남까지 내려오기에는 부담이 커 현실화하기엔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북한의 호응 여부도 문제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담화에서 APEC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 초청이 거론되는 데 대해 "헛된 망상을 키우고 있다"고 일축한 바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낸 '비핵화 망상증에 걸린 위선자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제목의 논평에서도 이 대통령을 향해 "우리 핵 문제의 성격도 모르면서 비핵화에 아직도 헛된 기대를 점쳐보는 것은 너무도 허망한 망상"이라고 비판하며 "국위이고 국체인 핵을 영원히 내려놓지 않으려는 우리의 입장은 절대불변"이라고 밝혔습니다. 
 
때문에 북·미 대화의 적합 장소로는 경주보다는 판문점이 거론됩니다. 이럴 경우 일각에선 지난 2019년 판문점에서 성사된 사상 첫 3자 회동을 꺼내며 6년 만에 남·북·미 3자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국 대통령 최초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판문점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장면을 그려내길 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28일부터 이틀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9일 한국을 찾아 철통보안 속 북·미 간 접촉 끝에 30일 남·북·미가 판문점에서 손잡은 '깜짝 회동'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도 "그가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또 만날지 누가 알겠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9년 6월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