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할 예정인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HBM4 공급사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주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들이 모두 샘플을 공급했지만, 엔비디아는 제조사들과 물량·가격 협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HBM4 공정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단가도 상승한 가운데, 엔비디아가 가격 협상력을 주도하기 위해 답을 미루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25일(현지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27일(현지시간) 엔비디아 2분기 실적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성적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 따라 올 하반기 HBM3E, 내년도 HBM4 공급 규모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는 업계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주면서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절실한 상황이며, SK하이닉스도 현재 독보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HBM4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아직 공급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HBM을 납품하는 두 기업 사이에서 엔비디아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HBM4 제조 단가가 높아지면서 가격 부담이 생긴 엔비디아가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HBM4 로직다이 생산을 TSMC에 맡기면서, 가격 부담이 커진 상태입니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황 CEO의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이런 가운데 황 CE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이 회장과 만나 포옹하는 등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6세대(1c) 10나노급 D램을 적용한 HBM4를 예고하는 등 칼을 갈고 있습니다.
근래 SK하이닉스가 시장을 독점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치고 올라오면서 제조사 간 경쟁도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모든 공급 업계가 주요 고객 시장 진입 및 자사 HBM 판매에 나서는 만큼, 고객(엔비디아)도 이러한 환경을 적극 활용해 가격을 추가 인하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초기 가격이 연평균 가격으로 귀결되던 과거의 모습은 재현되기 어려워지는 분위기”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HBM의 경우 이전까지 고객사들이 워낙 비싸게 사주니까 고가로 판매되고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HBM3E를 AMD에 납품하는 등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반도체의 경우 가격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고가에 팔리다 차츰 가격이 내려가는 게 일상적인 패턴인데, 그 패턴이 HBM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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