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은행들 불안 가중
2025-08-27 16:02:45 2025-08-27 16:58:58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감독원의 감독·검사 기능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거나 소비자 보호 평가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은행들은 감독당국의 정책 변화가 경영 전략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감독·검사 기능 적극 활용"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이 취임 후 진행한 전 부서 업무보고를 마무리한 가운데 업무보고의 주요 키워드는 '금융소비자 보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재명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이어지는 부분으로, 앞으로 금융사 감독과 검사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기조가 한층 강화될 전망입니다. 
 
금융사 소비자 보호 평가를 더욱 엄격히 들여다볼 것으로 보이는데, 금융사 입장에서는 관련 지표 관리가 '발등의 불'이 됐습니다. 대표적인 소비자 보호 지표로는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가 있습니다. 금감원은 매년 은행·보험·증권·카드사·캐피탈·저축은행 등 금융사를 대상으로 평가해 양호·보통·미흡·취약 4개 등급으로 나눠 발표합니다. 지난해 평가에서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중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종합 등급 '미흡'을 받았습니다. 
 
평가는 △민원 처리 수준 △내부통제 체계 △금융사고 예방 및 대응 △소비자 정보 제공 △상품 설계와 판매 과정 등 5개 영역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출됐습니다. 이들 은행은 특히 비계량 평가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상품 판매 관행 개선, 민원 처리 체계 강화,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감원은 평가 결과가 미흡한 금융사에 대해 개선 계획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사후 관리 강화 방침까지 예고해 은행권의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은행들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니다. 올 상반기 5대 은행에서 10억원 이상 금융사고(공시 기준)는 총 13건, 피해 금액은 약 840억원에 달했습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5건(488억원)으로 사고 건수와 피해 규모 모두 가장 많았습니다. KB국민은행은 4건(110억원), NH농협은행은 2건(205억 원), 신한은행은 2건(37억원) 순이고, 우리은행은 대형 금융사고 공시가 없었습니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를 조기 실시하고, 신속하게 등급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도 취임식에서 "금융권의 소비자 보호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감독·검사 기능을 활용해 소비자 피해를 사전 예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가 과거처럼 단순히 평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금감원의 검사와 제재로 직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며 "평가 결과가 은행별 사업 전략에 실질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진행한 전 부서 업무보고를 마무리한 가운데 업무 보고의 주요 키워드는 '금융소비자 보호'였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모습. (사진=뉴시스)
 
평가 미달 은행들 '긴장'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를 말하는 예대금리차도 소비자 보호 척도로 꼽힙니다. 정부는 대출 가산금리 산정 과정에서 은행이 각종 출연금 등 비용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예대금리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에게 이자 비용을 전가해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예대금리차는 5대 은행 평균 1.42%p로 전월 1.35%p 대비 더 벌어졌습니다. 이 중 신한은행이 1.50%p로 가장 높았고 이어 KB국민은행(1.44%p), NH농협은행(1.40%p), 하나은행(1.38%p), 우리은행(1.37%p) 순이었습니다. 
 
예대금리차가 크다는 것은 은행이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이자와 대출자에게 받는 이자 간의 격차가 크다는 뜻입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신속히 낮추지 않으면서, 소비자 비용 전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2022년 예대금리차 규제를 위해 평균 대출금리, 기업대출 금리, 가계대출 금리, 저축성 수신금리, 평균 대출 기준 예대금리차, 가계 대출 기준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도록 했으나 이에 대한 규제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28일 예정된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얼마나 강한 수위의 발언을 내놓을 지 주목됩니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취임 2주 만에 가진 은행장들과의 첫 만남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압박한 바 있습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현재는 가계대출 관리 명목 하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가산금리나 예대금리차 이슈가 잦아든 상태"라며 "가산금리 손질 법안이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고 금감원장이 새로 취임한 만큼 민생 경제와 밀접한 대출금리 정상화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거나 소비자 보호 평가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은행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내 대출 상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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