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평가와 달리 미국의 전방위적 '청구서' 압박은 실존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산 무기 구매와 알래스카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압박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안보 청구서' 중 하나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만큼은 공개 논의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럼에도 추후 협상 과정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잠재적 '화약고'란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성공적' 평가에도…전방위 '안보' 압박
25일(현지시간)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담판은 이재명정부의 국정 운영 운명을 좌우하는 자리였습니다. 그 출발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외신에서는 일제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이 대통령의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고 호평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이 우리 정부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성공을 거뒀지만 실무 차원에서 구체화된 것이 없기 때문인데요. 반면 미국 측이 원하는 바는 분명했습니다. 미국은 무기 구매와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까지 전방위적으로 청구서를 들이밀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이란을 폭격한 B-2 폭격기 성능을 과시하며 한국의 무기 구매를 우회적으로 압박했습니다.
정부의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결정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윤석열정부 당시 차기 전투기(F-X) 2차 사업으로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등의 도입을 예정했고, F-35A 40대는 이미 수입돼 다수가 실전 배치됐습니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국방비 인상은 정부가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 대통령도 한국 국방비 인상을 공식화했습니다. 그는 정상회담 직후 전략국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안보 환경 변화에 발맞춰 더 호혜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현대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함께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국방비를 증액하겠다"며 "늘어난 국방비는 우리 군을 21세기 미래전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스마트 강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첨단 과학기술과 자산을 도입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안보 청구서 중 일부를 사실상 수용한 겁니다. 대신 국방비 인상에 관해 구체적 액수 등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회담에선 방위비 인상이 의제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합동 브리핑에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재건하거나, SMA를 다시 열어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보자 하는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방위비 인상 문제는 추후 미국과 협상에서 '잠복 변수'로 통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언제든 해당 문제에 대해 언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방위비와 분담금 인상 시한 설정과 국방비와 분담금을 한데 묶어 부담을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미국과 협상에서 인상 시한을 2035년으로 정했고, 국방비 인상 5% 증액에 대해 직접 비용 3.5%와 간접 안보 비용 1.5% 구성으로 타결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LNG 프로젝트 참여 '압박'…"실무논의 아직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청구서도 제시했습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서로 필요한 관계"라며 "양국 제품을 서로 좋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미국은 알래스카에 풍부한 자원이 있다. 한국과 협업하고 싶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알래스카 가스전과 관련해 한국과 합작회사(Joint Venture·JV)를 추진할 것"이라며 "일본과 한국이 함께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 매장된 천연가스 약 1300km 길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니키스키까지 운송해 LNG를 액화한 뒤 아시아 국가에 수출하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개발에만 총 420억달러(약 60조원) 이상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우리 정부는 아직 참여 여부에 대해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도 참여를 계속 요구해왔습니다. 지난달 타결된 관세 협상에선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LNG와 기타 에너지 제품 수입에만 합의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정상회담 이후 현지 브리핑을 통해 "알래스카 (프로젝트)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 협력 분야 중 에너지를 이야기하며 언급했다"며 "실무적 논의는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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