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 메이커, 페이스 메이커"
이 대통령 한마디에 긴장감 '와르르'
APEC 주목…연내 북미 회담 기대
2025-08-26 16:50:46 2025-08-26 17:05:5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대통령실 3실장(비서·안보·정책)의 이례적 총출동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앞 '돌발 메시지'까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의 시작은 난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에 이은 이재명 대통령의 '피스 메이커(평화 중재자), 페이스 메이커(보조자)'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의 긴장감을 한순간에 완화시켰습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북·미 대화 언급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한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띄웠습니다. 우리 측으로서는 '불편한 의제'를 피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 등 트럼프발 청구서 등은 과제로 남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기자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반부터 트럼프 공략…맞춤형 '의제 설정'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은 예정된 시간보다 늦은 오후 12시43분부터 시작, 오후 2시59분까지 이어졌습니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20분가량 더 진행했는데요. 대통령실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회담 시작 직전까지 대통령실 내부에는 긴장감이 역력했습니다. 방일 일정을 생략한 조현 외교부 장관의 사전 방미와 이례적으로 대통령실 3실장의 방미 일정 동행은 정상회담의 '난기류'를 예고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불과 2시간여 앞두고 '한국에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요구'까지 우려로 남아 있었는데요. 회담에서 분위기를 풀어낸 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를 한다면 나는 '페이스 메이커'를 하겠다"고 밝힌 대목입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거듭해서 "평화를 지키는 역할을 넘어 새롭게 평화를 만드는 피스 메이커 역할이 눈에 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이어 "전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반도도 평화를 만들어주셔서 김정은도 만나시고 북한에도 '트럼프 월드'를 지어서 골프도 치게 해주시길 바란다"며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이 성장해왔고 군사, 경제, 과학기술 분야까지 확장해서 미래형으로 발전시켰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골프'에 관심도가 높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의제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미 대화에 맞춰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 이 대통령도 적극적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함께 노력한다면 뭔가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북·미 대화 띄우자…트럼프 "매우 슬로로운 제안"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에 대한 언급을 한 단계 끌어올려 APEC 정상회의 공식 초청으로 이어갔습니다. 또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답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도 "난 갈 수 있다고 본다"면서 "난 무역회의를 위해 곧 한국에 가는 것 같다. 한국이 무역회의를 주재한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북한이 APEC 정상회의 초청에 응한다면, 연내에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미·중 정상회담 등의 굵직한 외교의 장이 마련될 전망입니다. 
 
다만 이날의 회담이 북·미 대화 분위기 재개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추후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로 조성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이 만족할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며 "현재의 상황은 한·미·일 협력과 국방비 증액 등으로 인해 북한에 강경하고 고도화된 핵 미사일 무력 증강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서는 '당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소기 성과 거둬" 자평…구체화 과정 '난제'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이 기존의 우려와 달리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은 회담 이후 합동 브리핑을 열고 "출발 전 세운 세 가지 목표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설정한 목표는 △한·미 경제·통상의 안정화 △한·미 동맹의 현대화 △한·미 간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 등입니다. 투자·구매·제조업 협력을 위한 정상 차원의 논의와 7·31 관세 협상의 유지, 조선업 협력 강화와 원자력 분야 협력 논의는 세부 목표로 포함됐습니다. 
 
결국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소기의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주한미군 감축과 전략적 유연성 문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변수'들을 후순위로 미뤄둘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 정부가 '레드라인'(한계선)으로 설정한 쌀·소고기 등의 농축산물 추가 개방 문제도 논의 대상에서 빠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에도 공동 성명이나 공동 언론 발표 등이 없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실무 차원의 협의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관세 협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방위비 문제나 B2 폭격기 등의 무기 구입, 천연 에너지 구입 등 '안보 청구서'가 온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운영 방안을 둘러싼 줄다리기도 남아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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