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이재명정부가 청년 자산 형성을 위해 내년 초 '청년미래적금'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청년도약계좌처럼 수요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만든 청년도약계좌는 애초 수요가 부풀려지면서 예산 집행률이 저조했는데요. 청년미래적금도 비슷한 구조인 만큼 철저한 예산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미집행액만 약 3150억원 달해
26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공개한 2024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교부받아 집행한 청년도약계좌 예산은 6038억900만원입니다. 지난해 예산 3029억9300만원과 이월액 3008억1600만원을 합한 규모입니다. 하지만 실제 예산 집행액은 2843억2900만원에 그쳤습니다. 52%(3149억800만원)가 미집행 잔액으로 남았습니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정부가 2023년 7월부터 청년층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위해 추진한 사업입니다. 개인 소득이 연 7500만원 이하, 가구 소득은 기준 중위소득의 250% 이하인 청년이 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적금을 부으면 정부에서 기여금을 추가로 지급합니다. 가입 청년은 70만원씩 5년 만기 시 이자와 기여금, 비과세 등을 합쳐 최대 연 9.54%의 이율로 목돈 50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청년도약계좌는 올해 일몰됩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청년도약계좌의 이자·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을 예정대로 오는 12월 일몰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청년도약계좌는 시작부터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까다로운 가입 요건과 5년이라는 긴 만기가 장벽으로 작용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이 예상한 청년도약계좌 예상 가입자 수는 306만명에 달했지만 2023년 말 기준 실제 가입자는 51만명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7월에도 금융위원회는 도입 1주년을 맞이해 신용점수 추가 가점 부분인출(2년 이상 가입) 가입자 멤버십 강화 등을 혜택으로 내세웠지만 청년들 가입은 여전히 저조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청년도약계좌 실패는 출시 초기부터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도 인출을 허용하더라도 5년이라는 긴 납입 기간은 여전하며 혜택을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도 70만원으로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금리 부문에서도 최초 3년 고정금리 이후 2년간 변동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기에는 대처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은행별 우대금리 조건도 '월 30만원 이상 카드결제' 등 달성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집행 부진의 원인으로 고금리 상황을 꼽았습니다. 시중은행의 일반 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가 당초 목표만큼 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리 인하 사이클에도 해지율 높아
하지만 올해 금리 인하 사이클이 계속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도약계좌 가입률은 크게 늘지 않았고 오히려 중도해지율만 높아졌습니다.
은행권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내내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연 2.71%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월 2.84% 대비 0.13%p 낮아진 것으로 지난해 10월 3.37% 이후 7개월 연속 하락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금리 인하기에도 청년 도약계좌 중도해지율은 계속 상승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율은 지난 4월 기준 15.3%로 지난해 14.7%, 2023년 8.2% 대비 계속해서 늘어났습니다. 해당 기간 누적 가입자 196만6000명 중 30만1000명이 만기 시 혜택을 포기하고 중도 해지를 택한 것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결산보고서를 통해 "당초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예산 집행 요소를 면밀하게 산출하지 못한 데서 해당 문제가 비롯됐다"며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청년도약계좌 일몰에 따라 새롭게 시작하는 청년미래적금과 관련해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 모두 집행 부진이나 출연 규모 적정성 문제가 반복돼 왔다"며 "정부기여금 지원 방식과 예산 소요액 산출 근거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재정 비효율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청년미래적금은 내년 출시될 예정으로 정확한 납입 규모와 만기는 아직 발표된 바 없습니다.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19~34세 청년 중 일정 소득 이하를 대상으로, 적금 납입액에 정부가 일정 비율을 매칭 지원하는 구조가 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청년미래적금의 단점을 보완해 청년미래적금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청년미래적금이 성공하려면 단순 금리 혜택을 주는 것을 넘어 소득 안정성 지원과 상품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에게 최대 5,000만원의 목돈 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파격적 상품이었으나 조건의 복잡성, 가입 대상 제한, 실질적 수익률에 대한 의문 등으로 인해 가입률이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청년미래적금은 청년도약계좌의 까다로운 가입 조건·범위를 확대해 더 많은 청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할 것"이라며 "운용방식 단순화·접근성 강화로 불필요한 서류 절차와 번거로운 신청 과정을 줄이고, 모바일·온라인을 통한 접근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청년 자산 형성을 위해 내년 초 '청년미래적금'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청년도약계좌처럼 예산 집행 부족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기여형으로 운영되는 등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창구에 청년도약계좌 홍보물이 게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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