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171% 폭등…"김밥에 햄만 넣을 판"
배추·오이·호박 소매가도 한 달 새 급등
체감 물가 지수보다 가파른 상승
2025-08-21 14:03:39 2025-08-21 14:29:23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시금치 가격이 한 달 새 171%나 치솟으며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다 김밥에 햄만 넣을 판"이라고 하소연할 정도입니다.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이 국내 생산자물가를 두 달째 끌어올리면서, 물가 안정 흐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20(2020=100 기준)으로 전월 대비 0.4% 올랐습니다. 4월(-0.2%)과 5월(-0.4%) 연속 하락 이후 6월(0.1%) 반등한 뒤 두 달 연속 상승 폭을 키운 모습입니다. 
 
물가 상승을 이끈 주범은 농림수산품으로, 전월 대비 5.6% 올라 2023년 8월(7.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이 겹치면서 작황이 줄고, 출하량 차질이 가격으로 직결됐습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축산 매장 모습. (사진=롯데마트)
 
세부 품목별로는 시금치가 171.6% 폭등했고, 배추(51.7%)·쇠고기(6.5%)·돼지고기(4.2%) 등도 큰 폭으로 올랐는데요. 수산물 가운데서도 기타 어류(11.3%), 넙치(9.3%)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농·축·수산물이 동시에 오르면서 '밥상 물가' 불안이 한층 심화된 셈입니다. 
 
서비스 물가 역시 0.4% 상승했습니다. 음식점·숙박(1.1%)이 오름세를 주도했으며, 외식·여행 등 소비자 체감도가 큰 분야의 상승이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업계는 이번 물가 흐름을 '공급 충격형 인플레이션'으로 진단합니다. 이상기후가 농산물 가격을 자극한 가운데, 국제 곡물가·원유 가격 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국내 물가에 연쇄적으로 파급되고 있다는 겁니다. 
 
국제 곡물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향 등으로 옥수수·밀 가격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죠. 여기에 국제 유가도 산유국 감산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하방 압력이 제한된 상황입니다. 이는 가공식품·운송·전력 원가로 이어져 국내 생산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통상 1~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데요. 하지만 채소·축산물은 이미 시장에서 급등세가 체감되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 소매가는 1포기에 6987원으로, 7월(4156원)보다 68%가량 급등했습니다. 오이도 10개 평균 소매가가 1만935원으로 한 달 새 36% 뛰었고, 호박은 개당 1448원으로 7월(1286원) 대비 13%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밥상 물가 품목들의 가격 급등은 생산자물가 지수보다 훨씬 가파른 체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농축수산물은 대체재가 제한적이라 소비자 지갑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며 "이미 가계가 피부로 느끼는 고물가 압박은 공식 지표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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