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연결공사 교량 작업 중 교량을 떠받치던 50m 철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작업 중이던 인부들이 숨지거나 다쳤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가 작업 편의를 위해 전도 방지 시설을 임의로 제거했다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앞서 사고는 지난 2월25일 청용천교 상부 거더(교량 상판)를 런처(거더를 운반하는 장치)가 설치한 후, 런처가 후방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거더가 전도·붕괴되면서 4명 사망, 6명의 부상자를 냈습니다.
조사 결과 사조위는 거더가 쓰러지는 걸 막는 스크류잭과 와이어 등이 공사 과정에서 임의로 제거된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전도 방지 시설은 거더를 안정적으로 고정시킨 이후 해체해야 하지만, 작업 편의를 위해 그 이전에 임의로 제거해 전도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사조위 판단입니다.
특히 붕괴 시나리오별 구조 해석 결과, 당시 상황과 같은 조건에서 스크류잭이 모두 설치된 경우에는 전도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스크류잭 제거가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런처를 후방으로 이동시킨 것 또한 사고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사조위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전방 이동 작업에 대해서만 안전인증을 받은 런처를 후방 이동 작업에 활용해 안전인증 기준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하도급사의 전도 방지 시설 임의 제거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기준을 위반한 런처 작업 관련 안전관리계획서도 발주청인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수립·승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공 계획에 제시된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작업일지의 운전자가 달랐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작업일지상 운전자는 작업 중 다른 크레인 조종을 위해 현장을 이탈하는 등 전반적인 현장 관리·감독이 부실했다고 사조위는 지적했습니다.
사고 이후 현장에 남아 있는 구조물에 대한 안전성 확인도 진행됐습니다. 현장 교각의 기둥과 기초 접합부가 손상됐고, 교대의 콘크리트 압축 강도가 84.5% 수준으로 기준(85%)에 다소 미달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붕괴되지 않은 거더에서 기준치 이상의 횡만곡도 발견됐습니다.
사조위는 발주청의 정밀조사를 통해 각 구조물에 대한 보수 또는 재시공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관련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는데, 우선 전도 방지 시설 해체 시기에 대한 기준 마련과 발주청과 건설사업관리자의 관리·감독 의무 현실화 등을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거더 길이 증가에 따른 전도 위험성 관리 강화와 건설 장비 선정 과정의 관계 전문가 검토 강화 등도 제안했습니다. 국토부는 이러한 제안을 바탕으로 '교량공사 표준시방서'와 '기술자문위원회 운영규정' 등을 개정할 계획입니다.
한편 지난 4월 국토부 특별점검단이 세종-안성 고속도로 현장을 특별점검한 결과 정기안전점검 결과 일부 미제출, 콘크리트 품질 시험 일부 누락 등 관리 부실 사례 14건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국토부는 사조위 조사 결과와 특별점검 결과를 관계부처·지자체 등에 즉시 통보하고, 각 행정청은 소관 법령에 따라 벌점·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처분 등을 검토하는 등 엄중한 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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