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주식 과세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주식 과세 논의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낮춰졌던 증권거래세를 다시 올리고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다시 내림으로써 세수원을 확보하려는 기획재정부 안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통해 기업의 배당 촉진을 유도하려는 이소영 의원 안으로 대별된다. 각각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논리와 이로 인한 이득 및 손실의 계산이 뒤섞인 복잡한 상황에서, 시장은 정책의 향방을 예측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져 있다.
주식 세제 개편 논의는 단기적인 세수 증감이나 특정 집단의 유불리를 넘어, 국가 경제의 미래를 설계하는 장기적인 청사진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조세제도는 재정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임과 동시에, 개인의 이익 추구 행위가 공동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 세제 개편 과제는 노동소득과 투자소득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어떤 자본시장을 만들고 싶은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주식 세제는 가계의 자산 형성 방식을 바꾸고, 부동산에 쏠린 자금의 물길을 돌리며, 혁신기업에 모험 자본을 공급하는 등 금융 생태계의 건강성과 직결되는 장기적인 국가 과제이다. 자본소득에 어떤 세금을 어떻게 매길 것인가의 논의는,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존중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의 사회적 기여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에 관해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본시장의 성장이 국민경제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이러한 합의를 전제로 해서만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주식 세제 개편의 목표가 기업의 미래 가치를 공유하며 성장을 함께하는 ‘생산적인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도 맞춰지는 것이라면, 1년 미만의 단기 매매차익과 10년 이상 기업의 성장을 묵묵히 기다리며 인내한 장기투자의 이익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되물을 필요도 있다.
이러한 판단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최근 논의되는 대안들은 한계가 뚜렷하다. 거래세를 인상하고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는 기재부 안은 ‘소득 과세’ 원칙에 역행하고 장기투자 인센티브도 전무하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중심으로 하는 이소영 의원 안은 배당 확대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지만,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정의 문제를 외면하고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크다. 반면, 폐지된 금투세는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소득 과세’라는 원칙을 바로 세우고, 손익 통산과 장기보유 혜택의 틀을 통해 장기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할 제도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주식 세제 개편의 기본 원칙에 가장 근접해 있다. 따라서 우리의 논의는 더 이상 미봉책 사이에서의 선택이 아니라, 금투세라는 가장 발전적인 틀을 어떻게 보완하여 시장에 안착시킬 것인지에 대한 건설적인 고민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해 전개되었던 금투세 도입 논란은 ‘장기적인 조세 형평성 및 합리성’이라는 원칙이 ‘단기적인 시장 심리 및 변동성 우려’와 충돌해 좌초된 사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금투세 도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격은 최소화하고, 혜택은 체감하게 하며, 과정은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방향”의 제도 설계를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세율 및 공제 한도 조절, 손실이월공제 기간 확대, 장기보유 특별공제 제도 도입, 배당소득 과세 방식, 거래세의 단계적 폐지 문제 등이 주요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종현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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