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몸집 줄인 KT, 미래 사업도 손질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계열사 처분·흡수합병에 집중
사업 구조 손질 속 미래 사업도 중단
베트남 디지털 헬스케어 매각, 보은성 특혜 활용 의혹도
2025-08-18 16:48:35 2025-08-18 16:48:35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김영섭 KT 대표 취임 이후 2년 동안 KT(030200)는 몸집 줄이기에 집중했습니다. 인력재배치에 따른 KT넷코어와 KT P&M 자회사 설립을 제외하면 외형 확장은 제한된 채 계열사 매각과 합병이 잇따랐습니다. 사업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분석되지만, 수익성 관점만 중시하며 미래 사업을 사업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18일 KT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KT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78개로 집계됐습니다. 상장사 7개사와 비상장사 71개사를 합한 수치입니다. 김 대표가 취임한 직후 인 2023년 말 기준 상장사 9개사·비상장사 75개사에서 상장사는 2개 줄고, 비상장사는 4개 감소했습니다. 
 
베트남 헬스케어 법인 KT헬스케어 비나와 디지털 물류 전문 그룹사 롤랩,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주스, 금융·보안 계열사 이니텍(053350), 광고 대행사 플레이디 등을 처분했습니다. 빅데이터 계열사인 KT넥스알은 KT로, 공중전화 부스를 운영하는 KT링커스는 KT서비스남부로 합병됐습니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시스)
 
'구조의 조정' 속 미래사업 중단
 
김 대표는 지난해 말 사내방송을 통해 진행된 최고경영자(CEO) 특별대담에서 "전세계 모든 영역에서 AI를 빠른 시간에 장착하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힘을 합쳐서 AICT로 전환해야 하는데, 3개 분야의 구조의 조정은 필수적"이라고 말하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지속 강조해 왔는데요. 김 대표가 내세운 3개 분야의 구조의 조정은 '역량의 구조 조정', '사업 구조의 조정', '조직과 인력 구조의 조정'입니다. 
  
문제는 구조의 조정으로 미래 사업이 상당부분 중단됐다는 점입니다. 특히 KT가 10년 이상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오며 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온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성급히 매각한 것에 대해 쓴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경제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역임한 한영도 K-비즈니스연구포럼 의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강력한 규제로 국내에서 서비스 상용화가 어려워 해외 시장을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펼쳤지만, 초기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김영섭 대표는 취임 5개월 만에 베트남 사업을 사업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국내에서는 대학 등과 산학협력해 정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해외 시장 교두보를 사실상 포기한 결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베트남 디지털 헬스케어, 양지병원 품으로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돼 헐값 매각 논란을 부른 이니텍 사례처럼 베트남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역시 보은성 특혜와 연관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KT 전현직 임직원들로 구성된 K-비즈니스연구포럼은 KT의 사업이 양지병원에 매각된 것에 주목합니다.
 
한영도 의장은 "매각의 인수 주체가 단순한 민간병원이 아니라 정권과의 정치적 연계가 강한 인물이 운영하는 곳"이라며 "윤석열정부에서 선임된 김영섭 대표가 정권에 기여한 인사에게 보은하기 위해 미래성장 기반이 될 베트남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구조조정 명분으로 매각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지병원 원장은 윤석열정부 시절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임명된 인물로, 202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중앙후원회장을 맡아 윤석열씨의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비즈니스연구포럼은 베트남 디지털 헬스케어 법인이 사업구조조정 대상에 선정된 이유, 양지병원에 매각한 경위, 매각된 가치 평가에 대해 김 대표와 이사회에 공개 질의한 상태입니다.
 
KT는 2023년 5월 베트남 비대면 케어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KT)
 
KT경제경영연구소가 해체된 것을 두고도 KT 전현직 의원들은 미래 성장을 등한시한 처사라고 꼬집고 있습니다. 김영섭 대표가 진행한 첫 조직개편에서 기존 KT경제경영연구소는 폐지되고, 대외전략 연구기능이 경영지원부문장(CSHO) 산하로 재편됐습니다. 경영전략, 사업전략,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등을 연구해 KT그룹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도왔지만, 수익성을 우선시한 김 대표 체제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출신 전직 임원은 "대표가 바뀌어도 기업의 미래 전략에 대한 틀을 한목소리로 이어오는 것이 중요한데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는 이러한 근간이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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