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SK하이닉스 노사가 임금 및 단체(임단협)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성과급 지급 기준 등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SK하이닉스에 창사 이래 첫 파업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 3개 노조(이천·청주·사무직)는 12일 오후 경기도 이천 수펙스센터에서 ‘조합원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노조는 셔틀버스를 운영하며 근무자를 제외한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이들이 투쟁에 나선 건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임금 교섭을 진행했지만 회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서입니다.
특히 양측은 성과급(PS) 지급 방식을 두고 견해 차이가 큽니다. PS는 기업이 초과 이익을 달성했을 때 매년 1회 연봉의 최대 50%(월 기본급의 1000%)를 구성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를 뜻합니다. SK하이닉스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개인별 성과 등을 연계해 PS를 지급해왔습니다.
다만, 올해 PS가 개인 연봉의 최대 50%에 달할 정도로 지급 규모가 커지면서 노사의 입장 차가 분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인 연간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하면서, 특별성과급을 포함한 기본급의 총 1500%와 자사주 30주(600만원 상당)를 지급했습니다. 이에 노조는 회사가 지난 2021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고 약속한 만큼, 재원 전액을 구성원에 분배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청주사업장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 1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SK하이닉스 노조)
이후 사측은 지급률을 현 1000%에서 1700%로 상향하고, 남은 성과급 재원 중 50%를 구성원에게 연금이나 적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을 노측에 제안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을 회사 미래 투자 등에 활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노측은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양측의 대화는 현재 일시 중단된 실정입니다. SK하이닉스 노조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10% 주기로 한 게 약속인데 왜 안 지키는 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사측은 더 많은 것을 빼앗아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측이 노측의 상한선 없는 성과급 지급 요구를 선뜻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SK하이닉스가 올해 또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추후에도 더 큰 규모로 성과급 지급을 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37조원 수준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PS 재원은 3조7000억원입니다. SK하이닉스 직원 수는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3만2390명으로, 상한선 없이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인당 1억원 수준의 PS가 예측됩니다. SK하이닉스의 전임직(생산직) 기준 노조 가업률은 99%에 육박합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노조의 투쟁 결의 대회이기 때문에 회사가 입장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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