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 경영’ 논란 끝에 DL케미칼, 2000억 유상증자 결의
여천NCC 정상화 투입 가능성
DL, 한화 측과 갈등 여지 남겨
업계 “미봉책…근본 해결 필요"
2025-08-11 17:10:41 2025-08-12 10:10:26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석유화학회사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 몰린 가운데, 합작 법인의 한 당사자인 DL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앞서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은 회생을 위해 추가 자금 지원 의사를 밝힌 반면, 지난 25년 동안 여천NCC로부터 누적 배당금 2조2000억원을 받아온 DL그룹이 자금 투입 없는 ‘워크아웃(구조개선 작업)’을 주장하면서 ‘무책임 경영’ 논란이 빚어진 바 있습니다. 뒤늦게 DL케미칼이 자금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공시한 자금 용도가 ‘운영자금’으로만 기재돼 있어 실제로 여천NCC 지원 의사가 있는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은 이어지는 형국입니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공장.(사진=여천NCC)
 
11일 DL케미칼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뒤이어 ㈜DL도 이사회를 열고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약 1778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했습니다. DL 측은 “자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습니다. DL그룹은 “여천NCC의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한화와 공동 TF를 통해 여천NCC 경영을 면밀히 분석한 뒤, 경쟁력 강화와 자생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 실행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뒤늦게 유증 계획을 발표한 DL그룹은 한화와의 신경전도 이어갔습니다. DL 측은 “여천NCC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원료 공급 조건을 한화가 강요하고 있다”며 “적정 가격 경쟁력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은 여천NCC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악화시켜 부실을 반복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공동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이에 한화 측도 입장을 내고 “DL케미칼 유상증자 공시에는 자금 용도가 운영자금으로만 기재돼 있어 실제로 여천NCC를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합작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행태는 유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공급계약은 시장 원칙과 시가에 따른 공정한 조건으로 체결돼야 하며, 불공정 거래로 법 위반이나 과세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자금 지원 이후 필요하다면 공급계약 관련 추가 협상도 이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끝으로 한화 측은 “여천NCC에 대한 자금 지원 의사는 확고하며, DL도 신속히 협의에 나서 공동으로 지원해 조속한 정상화를 이루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설립한 합작법인인 여천NCC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적자가 8200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80.5%로 치솟았으며, 지난 3월 한화그룹과 DL그룹 양사가 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지만, 오는 21일까지 31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초 DL그룹은 회생 가능성이 낮다며 추가 자금 투입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지난달 말 열린 여천NCC 주주사 긴급 회의에서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디폴트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DL그룹이 지난 25년 동안 여천NCC로부터 누적 배당금 2조2000억원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업계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무책임 경영’이라며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반면, 같은 지분(50%)을 보유한 대주주 한화솔루션 측은 여천NCC의 회생을 적극 주장하며 대조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한화솔루션은 주주사들이 각각 1500억원씩 자금을 지원하고, 산업은행 외화 보증 재개 및 자산 유동화 담보대출 등을 병행하면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어 여천NCC에 대해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한 배경입니다. 남정운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대표는 “지금이라도 자구책을 적기에 실행하면 개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