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내달 말부터 한시적으로 비자 없이 한국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위축됐던 중국인 관광 소비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되면서, 면세점과 유통업계 전반에 ‘특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 매출 반등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전략 재정비에 착수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광 활성화 미니정책 TF’ 회의에서 오는 9월29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바 있는데요. 우리 정부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를 검토해왔으며, 이번에 관계 부처 간 협의를 마무리하고 시행을 확정했습니다.
면세·유통 업계 “중국인 소비, 다시 달린다”
코로나19 이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은 약 30%에 달했습니다. 명동·동대문·제주·부산 등 주요 상권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소비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죠.
면세업계는 이번 조치에 즉각 반응하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신세계면세점은 중국의 대표 유통기업인 우상그룹과 왕푸징그룹의 주요 경영진과 만나, 한국 제품의 중국 내 유통 확대와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이와 함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역시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의 모회사인 중국여유그룹의 임원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며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도심 면세점 앞에 다시 줄지어 서는 모습을 연말부터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 매출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밖에 주요 면세점들은 중국인 전담팀을 재편하고, 인기 화장품과 명품 브랜드의 재고를 확보하는 등 사전 조치를 시작했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중국인 관광객 1인당 면세점 평균 구매액은 약 200만원에 달했습니다.
신세계 및 롯데백화점 업계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중국 국경절(10월1일) 연휴에 맞춰 해외 명품 브랜드 프로모션과 대규모 사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죠. 또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생활 유통 채널도 외국인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 QR결제(알리페이·위챗페이) 시스템 점검에 나섰습니다.
관광 인프라·서비스 업그레이드 경쟁
정부는 무비자 조치와 병행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섭니다. 국제회의 참가 외국인에 대한 우대심사대(패스트트랙) 혜택 기준을 기존 500명 이상에서 300명 이상 참가 행사로 완화하는데요.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 지정 기준에도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을 추가해, 관련 기관에 각종 혜택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입국 절차 완화만으로는 부족하며 관광객의 체류 만족도를 높이는 맞춤형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는데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이 재개되면서 면세점과 유통업계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정된 호재'다. 업계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과거처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대거 입국해 면세점에서 대규모 소비를 하는 모습이 다시 재현될지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성향과 기대치에 맞춘 완전히 차별화된 전략, 이른바 '초개인화 맞춤 서비스'가 중요한데 이들이 진짜 원하는 브랜드, 경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면 면세점과 유통업계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시적 ‘골든타임’…실적 반등 시험대
이번 무비자 조치는 내년 6월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됩니다. 업계는 이 기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제한된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재방문 고객을 만들고 충성도를 높이느냐가 관건”이라며 “사드 사태 이후 멀어진 한·중 관광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래 관광객 수는 총 883만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치인데요. 연간 기준으로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기록한 1750만명을 넘어, 최대 2000만명 돌파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국가별로는 중국인 관광객이 253만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죠. 업계에서는 무비자 조치 시행 이후 연간 300만명 돌파 가능성도 점치고 있죠.
면세·유통 업계는 4분기부터 실적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남은 기간이 내수와 수출형 소비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마케팅, 물량, 서비스 세 가지를 완벽히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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