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648억5000만원 중 400억원이 5월 초 아프리카 개발사업 용도로 옮겨진 걸로 확인됐습니다. 애초 캄보디아 ODA 사업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거나, 사업 계획이 부실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예상치 못했던 아프리카 차관 수요가 발생, 예산 소진이 어려울 것 같은 캄보디아 ODA 예산 중 일부를 옮겨 쓴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김건희씨와 캄보디아 ODA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석열씨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022년 11월 동남아시아 순방 기간 중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을 안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월 초 기재부는 최초 편성됐던 캄보디아 ODA 예산 648억5000만원 가운데 400억원을 아프리카 개발사업 차관으로 옮겨 사용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국회가 7월4일 2차 추경안을 의결하며 캄보디아 ODA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고 했을 때, 해당 예산이 250억원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중 하나인 개발사업 차관은 우리 정부가 개발도상국의 댐, 도로, 상하수도 설비 등 인프라 개발을 위해 장기·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걸 뜻합니다.
윤석열정부가 캄보디아 ODA 예산으로 648억원을 '민간협력 전대차관' 방식으로 편성한 것도 논란을 키웠습니다. 민간협력 전대차관은 우리 정부가 현지에 설립된 금융기관에 차관을 제공하면, 해당 금융기관이 직접 현지의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사업에 얼마를 지원할지 정하지 않은 탓에, 국내에선 현지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잘 관리하지 못하면 '눈먼 돈'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기재부가 기금운용 계획을 변경해 캄보디아 ODA 예산의 용도를 아프리카 개발사업 차관으로 변경한 시점이 공교롭습니다. 올해 4월4일 12·3 계엄을 일으킨 윤석열씨가 파면되고, 그 무렵 캄보디아 ODA와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해당 의혹은 김씨와 캄보디아 ODA 의혹은 통일교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석열씨 부부에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을 청탁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때문에 기재부가 정권 교체를 앞두고 새 정부에 트집 잡히지 않으려 캄보디아 ODA 예산을 아프리카 사업 쪽으로 돌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옵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프리카 사업은) 지난해 예산을 편성했을 땐 들어가 있지 않았던 건데, 올해 초 개발사업이 급하게 입찰됐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제공한 아프리카 개발사업 차관으로 수행되는 사업에 기업이 입찰을 받아, 급하게 돈이 필요하게 됐다는 겁니다.
기재부는 아프리카 개발사업 차관에 캄보디아 ODA 등 민간협력 전대차관 예산을 활용한 배경에 관해선 "사업의 진행 절차가 조금 더디게 되다 보니까 전부 다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일부 예산을 빼 전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애초 캄보디아 ODA 사업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거나, 사업계획이 부실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합니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연구팀장은 "2025년에 사용할 용도로 편성된 예산이 상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집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해당 예산을 전용한 건 사업의 필요성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라며 "정말 문제가 없고, 정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업이었다면 상반기 중 예산을 이·전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의 계획이 부실했던 것이라면 부처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예산 전용의 피치 못할 사정이 발생한 거라면 그 사정이 무엇인지 공개하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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